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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훈, 중국서 맷집 키워…세계대회 우승 노린다

등록 2013-03-24 19:56

끈끈한 바둑으로 많은 팬을 확보한 박영훈 9단이 21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 4층 대국실에서 봄볕처럼 화사하게 웃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끈끈한 바둑으로 많은 팬을 확보한 박영훈 9단이 21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 4층 대국실에서 봄볕처럼 화사하게 웃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올해 10연승 달리는 ‘반집마왕’
새달 중국 갑조리그 진출 앞둬
“세계대회 적응력 키워줄 것”
“세계대회 우승 기억도 안 난다.”(아버지)

“그러게요….”(박영훈 9단)

올해 10연승(1패)을 달리는 박영훈(28) 9단은 아버지의 말에 콕 찔렸다. ‘허허’ 웃으면서 말했지만 자꾸 걸린다. 1999년 입단 뒤부터 한국랭킹 10위 밖으로 내려간 적이 없다. 올해 초엔 최철한 9단을 꺾고 천원전 타이틀을 따냈다. 국내외 대회 통산 18번째 우승. 그야말로 정상급 기사다. 그런데 마음 한구석은 헛헛하다.

21일 한국기원에서 만난 박영훈 9단은 솔직했다. “2004·2007년 후지쓰배 우승 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지금처럼 근근이 버티는 것으로는 안 된다. 이제 올라가야 한다. 세계대회에서 우승하고 싶다.”

보폭도 빨라졌다. 이미 중국 광저우팀의 주장으로 계약해, 새달부터 중국 바둑리그 갑조에 출전한다. 장기간 열리는 갑조리그 진출은 처음이다. 연간 12~13판을 두는데, 판당 승리수당이 5만위안(900만원)의 특급대우다. 그런데 목표는 돈이 아니다. 박영훈은 “중국 바둑은 2시간40분의 제한시간을 주는데 세계대회의 제한시간과 같다. 세계대회에 맞춤한 적응력을 키워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대회는 빠른 전개를 원하는 텔레비전 팬들을 위해 대부분 속기화했다. 전통의 국수전 정도만 3시간가량을 준다.

중국 기사들과의 실전대결은 맷집을 키워줄 것이다. 박영훈은 “어떤 상대를 만나도 실력에서는 항상 5 대 5로 본다. 결국 그날의 기세나 컨디션인데 중국 선수들은 조금 까다로운 게 사실”이라고 했다. 부단한 고통이나 난관을 뚫으면 더 큰다. 정신적 측면에서도 변화가 눈에 띈다. 올해 첫 대국이었던 1월10일 박카스배 천원전 1국에서 최철한에게 졌다. 박영훈은 속이 아렸다. 그러나 그 뒤 최철한과 벌인 3판에서 이겼다. 순수 미소 속에 감추둔 비수가 번뜩였다. 박영훈은 “승부욕에서도 다른 기사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집마왕’ ‘신산’으로 불리는 박영훈은 국내 최고의 계산력을 자랑한다. 끊고 싸우는 이세돌과 최철한의 전투형 바둑과 달리 끈적끈적하다. 후반이 강한, 그래서 반집을 이기는 이창호류다. 박영훈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는 “초반부터 반집을 계산할 수는 없다. 긴 바둑을 둔다면 150수부터는 반집 계산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박영훈은 겉보기와 달리 ‘야성’이 강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엘리트코스인 한국기원 연구생을 접었다. 5학년 때 성인 고수들이 참여하는 전국아마십강전에서 우승해 아직도 깨지지 않은 최연소 기록(11살)을 세웠고, 중학교 1학년 때는 전국아마대회 4관왕을 차지하는 등 야전에서 내공을 다졌다. 일반인 대회를 통해 입단해, 2년 만인 2001년 천원전 우승으로 최저단 타이틀 쟁취 기록을 서봉수 9단과 공유하고 있다. 서봉수가 ‘된장바둑’으로 일가를 이뤘다면, 박영훈도 혼자 기보를 놓아보고, 실전보다는 나직이 신형을 연구하는 고독함을 즐긴다. 그런 점에서 ‘즐기는 바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실력은 퇴보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체력이 달릴지는 몰라도 바둑실력은 는다고 본다. 2~3년 전 내 바둑을 지금 보면 내가 달라졌다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다만 중국세의 부상으로 경쟁그룹의 층이 두터워졌고, 좀더 모질게 싸움을 해야 하는데 종종 타협하는 것은 약점이다.

10연승 상승세를 탄 박영훈은 현재 지에스(GS)칼텍스배와 십단전 4강에 올라 타이틀을 추가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눈은 더 높은 곳을 향한다. “국내대회를 잘해서 랭킹을 끌어올리면 세계대회에 예선 없이 나갈 수 있다. 그렇게 해서 많은 기회를 잡다 보면 하나는 걸릴 것이다.” 서른을 바라보면서 더 성숙해진 박영훈이 아버지의 기대까지 모아 올해 세계대회 우승 대박을 터뜨릴 수 있을지 궁금하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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