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
이세돌-알파고 1승4패
인간과 인공지능(AI)의 세기의 바둑 대결은 결국 1승4패 인공지능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막강한 컴퓨터 연산을 앞세운 기계를 상대로 고독하고 담대한 싸움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1승을 거둔 인간의 치열함은 감동적이었다. 마지막에 불리한 흑을 들고 싸우겠다고 결심한 도전정신도 높게 살 만하다.
이세돌 9단이 15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5번기 5국에서 5시간의 혈투 끝에 280수 만에 흑 불계패를 당했다. 종합 전적 1승4패로 이세돌의 패배.
이세돌 9단은 이날 대국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해 아쉽다”며 “아직은 인간이 충분히 해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닌가 생각하고 그런 면에서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3국 끝나고도 말했듯이 이것은 인간의 패배가 아니고 저의 패배일 뿐이다”라고 했다.
이날 마지막 대결에서 이세돌은 약속대로 흑을 잡았다. 먼저 두는 흑은 백에게 7집 반을 주고 경기를 시작한다. 4국에서 백으로 승리한 이세돌 9단은 흑을 잡고 이겨 보겠다며 5국 돌가리기를 포기했다. 이런 도전정신과 ‘선 실리 후 타개’의 전략으로 나선 이세돌 9단은 중반까지 우상귀, 우하귀, 좌상귀에 일정한 집을 확보했다. 그러나 상변 백 진영 전투에서 흑의 타개가 효과적이지 않아 중앙에 백 세력이 점점 집으로 변했다. 이세돌은 중앙 백 진영 파괴와 집 균형을 맞추기 위해 좌하변에 침투했다. 그러나 “전성기 이창호 9단의 모습을 보여준” 알파고가 탄탄하게 받아 두면서 역전의 계기를 잡지 못했다. 김만수 8단은 “오늘은 처음부터 이세돌 9단이 상대를 인정하고 두고 싶은 대로 바둑다운 바둑을 두었다. 형세가 기울어도 포기하지 않고 끝내기에서 변화를 만들려고 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우승상금 100만달러를 놓고 벌인 이번 대국은 많은 것을 남겼다. 무엇보다 예상보다 훨씬 빠른 인공지능의 발전이 인류의 삶을 바꾸는 새 시대에 진입했음을 선언했다. 또한 알파고는 바둑에서 얼마든지 새로운 수가 나올 수 있다는 점도 보여줬다. 하지만 미래 먹거리인 인공지능 분야에서 선점 효과를 노리는 구글의 이벤트이자 불공정한 게임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이 4국에서 거둔 승리는 인공지능도 완전하지 않으며 인간의 투지가 희망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인공지능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빠르게 적응해 1승을 거둔 것은 이세돌 9단의 창의성과 직관의 힘이었다. 끝까지 치열하게 인공지능과의 접전을 이어간 이 9단의 분투에 많은 이들이 감동하고 응원을 보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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