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의 맛있는 야구] 선수가 방역지침 어겨도 KBO 제재는 어렵다?

출장 정지 등 징계 때 확진자 실명 드러나
개인 정보 보호법 위반 소지

한겨레 자료 사진.

KBO리그 시계가 멈췄다. 올림픽 휴식기 3주 포함해 4주간 팀, 개인 성적은 그대로 박제가 된다. 전무후무한 일이다.

구단, 선수 모두 방심한 탓이 크다. 취재를 종합하면 방역수칙에 어긋난 행동들이 일부 있었다. 밤 10시 이후 숙박시설 정원초과 입실 금지 조항을 어긴 정황 외에도 흡연 구역 등에서 상대 팀 선수와 대화하거나 상대 더그아웃 등을 방문한 사례 등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 피로감 탓으로 치부하기엔 구단도, 선수도 너무 안일했다.

엔씨(NC) 다이노스, 두산 베어스 두 구단은 한시적 시즌 중단이 결정된 직후 사과문을 발표했다. 차후 선수단 관리 소홀 책임 등을 물어 이들 구단에 대한 징계 수위가 나오게 될 것이다. 문제는 물의를 빚은 선수들에 대한 제재 방안이 현재로서는 딱히 없다는 점이다. 구단 내 자체 벌금 등이 있으나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출장 정지 등의 실질적 제재를 가할 수는 있으나 이럴 경우 개인 정보 보호가 전혀 되지 않는다. 징계 내용이 발표되는 순간 해당 선수 실명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엔트리 조정 등도 이 때문에 어려웠다.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방역수칙 위반 벌금이 나온다 하더라도 야구위 자체 징계는 제한적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방역 수칙 위반 선수 징계에 강한 의지가 있는 야구위는 현재 법률적 검토를 하고 있다.

61쪽(별첨 포함)에 이르는 KBO리그 코로나19 대응 통합 매뉴얼도 휴식기 동안 재정비해야만 한다. 지난 3월 발행한 통합 매뉴얼에는 선수단 내 상황 발생 시 ‘구단 내 확진자 및 자가격리 대상(선수) 인원수와 상관없이 구단 대체 선수들을 투입하여 리그 일정 정상 진행’으로만 명시돼 있었다. 선수단 전원 자가격리 같은 상황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듯싶다.

다행히 12일 긴급 이사회 때 향후 구단당 1군 엔트리 기준 선수(코칭스태프 제외) 50% 이상이 확진 또는 자가격리 대상자가 될 경우 2주간 해당 경기를 순연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더해 확진 구단 수와 확진자 및 자가격리 대상 선수 수에 따른 각각의 다른 대응책을 보다 촘촘하고 세밀하게 마련해야만 한다. 마냥 리그를 중단-재개-중단의 소용돌이 속에 놔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이참에 제대로 수리하지 않으면 그나마 남아 있던 소도 잃고 말 것이다.

KBO리그는 전염병 창궐로 스포츠 시계가 멈췄던 지난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정규 시즌(144경기)을 모두 소화했다. 라이브 스포츠가 전멸한 때 야구의 고향, 미국에 처음으로 리그가 생중계되기도 했다. 올해도 제때 정규리그가 개막했고 2주 전까지만 해도 야구장 관중 70%를 채울 수 있을 것이란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말짱 도루묵이 되고 말았다. ‘나 하나쯤이야’라는 그릇된 생각이 리그 전체를 마비시켜 버렸다.

재발 방지를 위한 징계 수위 등의 후속 논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리그 중단 결정은 끝이 아닌 시작을 위한 단계였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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