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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희의 맛있는 야구] 위기의 ‘공룡군단’ 구한 간절한 몸짓들

등록 2021-08-24 14:37수정 2021-08-25 02:09

엔씨(NC) 다이노스 최보성의 다이빙 캐치 모습. 그는 해군에서 복무하다가 작년 10월 제대해 팀에 합류한 뒤 올 시즌 내내 2군에 머물다가 후반기에 1군 부름을 받아 프로 데뷔했다. 엔씨 다이노스 제공.
엔씨(NC) 다이노스 최보성의 다이빙 캐치 모습. 그는 해군에서 복무하다가 작년 10월 제대해 팀에 합류한 뒤 올 시즌 내내 2군에 머물다가 후반기에 1군 부름을 받아 프로 데뷔했다. 엔씨 다이노스 제공.

낯설다. 등번호도, 이름도. 하지만 재미가 있다. 잽싸게 달려 루를 훔치고 힘차게 몸을 날려 공을 낚아챈다. 그리고 이긴다. 선수들도 의아하다. “우리 왜 계속 이기지?” (22일 창원 LG전 직후 양의지)

엔씨(NC) 다이노스의 요즘 행보는 놀랍다. 23일까지 후반기 성적이 5승2무3패다. 후반기를 2패로 시작하더니 이후 1패(5승2무)만 당했다. 선발 라인업 절반이 새로운 얼굴인데도 이렇다.

‘디펜딩 챔피언’ 엔씨는 전반기 막판 치명상을 입었다. 박석민·박민우·권희동·이명기 등 주전 야수 4인방이 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과 원정 숙소 술자리 파문으로 중징계를 받으면서 조기에 시즌을 접었다. 주전 유격수 노진혁마저 부상으로 뛰지 못하고 있다. 야구 전문가 대부분 엔씨의 후반기 추락을 예상했던 이유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반 토막 난 팀 타선을 최정원(21), 김기환(26), 김주원(19), 최보성(23) 등이 메워주면서 타선의 짜임새가 더 생겼다. 2018년 7라운드 69순위로 프로 유니폼을 입은 최보성의 경우 해군 입대 뒤 갑판에서 배트를 휘두르며 복귀를 준비하던 선수다. 최정원(연봉 3300만원)을 제외하면 셋 모두 KBO리그 최저 연봉(3000만원)을 받고 있기도 하다.

급조된 테이블 세터 김기환, 최정원은 나름 밥상을 잘 차리며 나성범-양의지-애런 알테어로 이어지는 리그 최고 클린업 트리오를 받쳐주고 있다. 특히 전반기 8경기 출전에 그쳤던 최정원은 후반기 9경기에서 타율 0.429(28타수 12안타)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도루도 4개나 했다. 김기환은 후반기 타율이 0.250이지만 도루 4개를 성공시켰다. 김주원도 출루만 하면 뛰는데 낮은 출루율에도 도루가 4개나 된다. 이들의 ‘발야구’와 클린업 트리오의 ‘힘야구’가 조화를 이루며 엔씨는 승을 챙기고 있다. 전반기 때 엔씨는 경기당 홈런 1.39개, 도루 0.61개로 전형적인 ‘홈런 군단’이었으나 후반기에는 경기당 홈런 1개, 도루 1.6개를 기록 중이다. 참고로 엔씨를 제외한 나머지 9개 구단 후반기 경기당 평균 도루수는 0.53개다.

최정원은 “퓨처스(2군)에 있을 때 지금 당장 경기에 나가지 않더라도 ‘언젠가 기회는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절실한 마음으로 준비했다”면서 “앞으로도 내일은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내 실력을 100% 발휘할 수 있도록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김기환 또한 “팀이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나에게) 기회가 왔고 간절한 마음으로 뛰고 있다”고 속내를 밝혔다. ‘프로’라는 전쟁터에서 1군 붙박이 선수들이 아무 생각 없이 날려버린 기회를 1군 출전을 위해 칼을 갈던 2군 선수들이 붙잡아 절실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뛰고 있다.

무명 선수들의 무한 도전에 나성범 등 기존 1군 선수들도 덩달아 힘을 내고 있다. 이동욱 엔씨 감독은 “야구라는 스포츠가 전염성이 있는 것이 한두 선수가 열심히 뛰고 허슬 플레이를 해주니까 모든 선수에게 퍼져 모두가 열정적으로 플레이한다”면서 “젊은 선수들이 (주전 기회가)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서 간절한 마음으로 하니까 열정적인 플레이가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엔씨 구단은 올해 난파 직전까지 갔다. 하지만 무명 선수들의 간절한 몸짓이 여기저기 구멍 난 배를 땜질하며 앞으로 나가게 만들고 있다. 일부 선수들 행동에 실망해 등 돌렸던 엔씨 팬들도 이들의 몸 사리지 않는 플레이에 다시금 응원을 보낸다. 진실한 땀방울을 외면하는 팬은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침체한 KBO리그에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들이 보여주는지도 모르겠다.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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