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KBO 신인 드래프트가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KBO 제공
2022 KBO 신인 드래프트가 13일 마무리 됐다. 프로 구단에 선택받지 못한 선수들은 대학에 진학하거나 육성 선수(연습생)로 프로 문을 두드려야 한다.
올해는 신인 드래프트에 고교 졸업 예정자 760명, 대학교 졸업 예정자 240명, 그리고 해외 아마 및 프로 출신 등 기타 선수 6명 등 총 1006명이 참가했다. 이들 중 1차 지명 포함 총 110명이 이번에 프로에 지명됐다. 10.9%의 취업률. 고졸 선수는 91명(전체 11.97%), 대졸 선수(전체 7.08%)는 17명이 뽑혔다. 이들 외에 고교 졸업 이후 미국프로야구에 진출했던 권광민(24)과 시스템 내에서 야구를 배우지 않은
김서진(17)이 ‘깜짝’ 선택을 받았다. 김서진은 홈스쿨링을 하면서 책과 유튜브를 통해서만 야구를 배운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제 110명의 선수는 계약금에서는 차이가 나겠으나 초봉 3000만원 선수로 같은 선상에서 프로 무대 출발점에 서게 된다. 물론 기회는 공정하지 않을 것이다. 프로 구단은 상위권 지명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준다. 투자금액(계약금)만큼 기회를 배분하기 때문이다. 계약금은 선수의 잠재력에 비례하고, 이는 지명 순서로 드러난다.
하위권 지명 선수에게는 퓨처스(2군)리그 출전 기회마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즌 144경기를 치르는 동안 기회는 누구에게나 반드시 온다. 그리고 그 한정적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만 한다. 실수했을 때 구단의 인내력 또한 하위 지명으로 갈수록 박하기 때문이다. 잔인하다고? 이것이 현실이다. 적게는 1년, 길게는 4년 내에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아야만 한다.
중하위권에서 지명됐어도 성공한 사례는 꽤 있다. (물론 상위권 지명자의 성공 사례는 더 많다) 기아(KIA) 타이거즈 최형우(38)는 2002년 2차 6라운드 48순위로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해 3년 뒤 방출됐다가 군 제대(경찰청 야구단) 후 재입단했다. KBO리그 최고 포수로 꼽히는 양의지(34·NC 다이노스)는 2006년 8라운드 59순위로 지명받고 프로 입단했다. 오재원(36)은 2003년 9라운드 72순위로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었다. 기아 김호령(29)은 2015년 동국대 졸업 뒤 10라운드 102번째로 입단했다. 거의 지명 막차를 탔는데 1군 붙박이 기회를 낚아챘다.
아예 프로 지명을 못 받고 육성 선수로 입단했지만 서건창(32)이나 김현수(33·이상 LG 트윈스), 박해민(31·삼성 라이온즈)처럼 팀 중심 선수로 우뚝 선 선수들도 있다. 류현진(현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이어 KBO리그 역대 두 번째로 신인왕(2012년)에 이어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2014년)로도 뽑혔던 서건창은 말했다.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한다. 100% 가지고는 절대 안 된다. 100%를 가지고도 막상 기회가 왔을 때는 분명히 100%를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100% 이상 준비를 해 놓아야만 그나마 100%에 근접할 수 있다.”
김현수의 말도 다르지 않다. “(지명 안됐다고) 뒤처진다고 생각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지명을 못 받았을 뿐 출발점은 다 똑같다고 생각해야만 한다.” 서건창이나 김현수를 곁에서 지켜본 코치들이 이들을 표현하는 단어는 이렇다. 연습벌레, 그리고 악바리.
‘노력’과 ‘끈기’라는 단어가 비현실적, 추상적 단어가 되어버린 시대다. 그나마 그 단어들이 아직까지 생명력을 품은 곳이 스포츠 세계다. 적당한 운도 물론 따라줘야 하지만 운 또한 준비된 자가 쟁취한다. 프로 세계에서 기회는 지명 순이지만 성공은 노력 순이다.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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