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이 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1년 전으로 돌아가더라도 고민하지 않고 도전의 길을 걸었을 것이다.”
양현종(33)이 돌아왔다. 지난 2월 텍사스와 계약하고 미국으로 건너간 지 8개월 만이다. 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그는 미국에서의 시간을 “금전적인 것과 바꿀 수 없는 너무나 좋은 경험”이었다고 돌아봤다.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에서 절반씩의 시간을 보냈고, 콜업과 강등을 겪으며 마음고생도 적지 않았을 터. 그는 “아쉬운 시즌이었다”면서도, 도전의 시간을 후회하진 않았다.
이제 관심은 그의 거취에 쏠린다. 가장 유력한 행선지는 친정팀 기아(KIA) 타이거즈다. 현재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인 양현종은 KBO리그 10개 구단과 즉시 협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만약 원소속팀 기아 외에 다른 구단이 양현종을 영입할 경우, 해당 구단은 양현종의 2020시즌 연봉(23억원)과 보호선수 1명을 기아에 보내거나, 연봉의 200%인 46억원을 지불해야 한다. 다른 구단 입장에선 양현종과의 계약에 쉽사리 나설 수 없을 만큼 부담스러운 액수다.
아직 조심스럽지만, 양현종과 기아도 긍정적인 입장이다. 기아는 프랜차이즈 스타 양현종을 마다할 이유가 없고, 양현종도 고향과도 같은 기아를 떠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양현종 쪽 대리인은 “계약은 선수와 구단 사이 결정이기 때문에 장담할 순 없지만, 기아가 우선순위인 것은 맞는다. 구단, 선수, 팬 입장에서도 그게 가장 좋은 그림이 아니겠느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당분간은 그간 떨어져있던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것이 양현종의 생각이다.
텍사스 레인저스 양현종이 지난 4월27일(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벌 라이프 필드에서 열린 엘에이(LA) 에인절스와 경기 3회초에 등판해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르고 있다. 알링턴/로이터 USA투데이스포츠 연합뉴스
미국 도전은 끝났지만, 양현종의 야구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특히 기아 팬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기대감이 크다. 올 시즌 기아는 부진한 성적으로 리그에서 꼴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양현종의 복귀는 전력 면에서도 긍정적이지만, 정신적인 면에선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힘이 될 것이다. 양현종도 귀국 뒤 기아의 상황에 대해 “마음이 많이 아팠다”며 “선수들이 열심히 하려는 의욕이 많이 보였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말 한 마디, 좋은 얘기를 해줬을 것이다. 마음 아픈 기분,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며 책임감을 드러냈다.
양현종의 국내 복귀는 위기의 한국 야구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양현종은 압도적인 실력 뿐만 아니라 야구와 팬, 팀에 대한 태도 덕분에 더 많은 사랑을 받았다. 경기마다 최선을 다하고, 지고 싶지 않아 마운드 위에서 몸부림 치는 근성. 경기에서 승리할 때면 팬들을 위해 선물을 건네고, “조금이라도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하던 모습.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모든 걸 던져 미국 무대에 도전했던 열정과 이제는 “(미국에서) 배운 것을 후배들과 나누고 싶다”는 품격까지. 지금 한국 야구에 시원한 홈런과 멋진 수비보다도 더 필요한 것들이 그에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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