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 트윈스 문보경(가운데)이 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2차전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서 7회초 1타점 적시타를 친 뒤 환호하고 있다. 올 시즌 엘지에서 두산으로 트레이드된 양석환(왼쪽)의 뒷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쌍둥이는 두 번 연속 무너지지 않았고, 맞수전의 결론은 최종전으로 미뤄졌다.
정규리그 3위 엘지(LG) 트윈스가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설욕에 성공했다. 엘지는 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2선승제) 2차전에서 두산을 9-3으로 꺾었다. 각각 1승1패로 균형을 맞춘 양 팀은 3차전이 열리는 7일 최종 승패를 가린다. 3차전 승자는 9일 시작되는 플레이오프(2선승제)에서 2위 삼성 라이온즈와 한국시리즈 진출권을 두고 맞붙는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출연자인 아누팜 트리파티가 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2차전 두산 베어스와 엘지 트윈스의 경기에 앞서 시구한 뒤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승부를 가른 건 선발투수 간 맞대결이었다. 엘지는 이날 케이시 켈리(32)를 선발투수로 세웠다. 켈리는 정규 시즌 두산을 상대로 2경기 선발 등판해 6이닝씩 책임지며 2승을 거둔 ‘두산 킬러’다. 켈리는 이날 5이닝까지 무실점 투구를 선보이며 두산 타선을 꽁꽁 묶었다. 가을 두산도 계절을 타지 않는 곰 사냥꾼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 켈리가 6회말 강판당하자 엘지 관중석에선 뜨거운 기립 박수가 쏟아졌고, 그는 이날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꼽혔다. 6회말 3루수 송구 실수에 안타까지 더해지며 1점을 내준 게 옥에 티였다.
엘지 트윈스 켈리가 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2차전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서 포효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곽빈(22)을 다시 마운드에 세운 두산은 투수진 빈곤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아리엘 미란다가 부상으로 빠진 두산이 선발투수로 내보낼 수 있는 선수는 곽빈, 최원준, 김민규 단 세 명뿐이다. 앞서 1일 키움 히어로즈와 와일드카드전에 출전한 곽빈은 이날 1회 상대 1∼3번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등 3일의 휴식만 취한 선수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좋은 투구를 선보였다. 하지만 그는 4회 2사 이후 체력이 고갈된 듯 급격히 무너졌다. 이날 곽빈은 6개의 안타를 허용했는데, 이 가운데 4개가 4회 2사 이후에 나왔다. 결국 그는 4이닝 동안 3실점을 기록한 뒤 강판당했다.
두산 베어스 곽빈이 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2차전 엘지 트윈스와 경기에서 1회초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7번 타자’ 김민성의 반전…5타수 4안타 대폭발
엘지 타선에선 김민성(33)이 빛났다. 김민성은 전날 1차전에서 4타수 무안타를 기록하며 많은 득점 기회를 놓쳤다. 1회말 2사 1, 2루에서 삼진을 당했고, 7회 2사 만루에서 1루수 직선타로 돌아서며 타점 기회도 날렸다. 엘지는 1차전에서 득점 기회를 번번이 놓치며 1득점에 머물렀는데, 김민성의 부진이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 이에 류지현 엘지 감독은 2차전 때 김민성을 7번 타자로 내리고 1차전 때 8번 타자였던 유강남을 5번 타자로 올리는 변수를 뒀다.
타순 변경이 ‘충격요법’이 된 걸까. 이날 김민성은 1차전과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는 법이 없었다. 그는 2회초 2사 3루 상황에서 적시타를 날리며 1타점을 냈고, 4회초 다시 2사 1, 2루 상황에서 안타를 치며 1타점을 추가했다. 6회초 2사 상황에서 좌측 담장 근처까지 날아가는 안타로 상대 간담을 서늘케 하기도 했다. 김민성은 이날 엘지가 가장 많은 득점(5점)을 뽑은 7회초에도 2사 1, 3루 상황에서 안타를 쳐 1타점을 더했다. 9회초 마지막 타선에선 몸에 공을 맞으며 1루로 출루했다. 5타수 4안타 3타점. 눈부신 활약이었다.
엘지 트윈스 김민성이 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2차전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서 4회초 2사 2, 3루 때 안타를 친 뒤 동료들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2년 연속 준플레이오프에서 맞붙는 두 팀. 최종 승자는 누가 될까? 통계는 두산을 향해 웃는다. 두산은 1차전을 승리로 가져왔는데, 2선승제로 펼쳐진 역대 준플레이오프(17차례)에서 1차전 승리팀은 100%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두산은 지난 시즌에도 준플레이오프에서 엘지와 만났는데, 당시 3위였던 두산은 4위 엘지를 2연승으로 제압했다. 올 시즌엔 두산 4위, 엘지 3위로 입장이 바뀌었지만 포스트시즌에 강한 두산의 면모를 무시할 수 없다.
2연패를 막아낸 엘지는 체력적 우위에 있다. 특히 두산 투수진은 인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와일드카드 2경기와 준플레이오프 2경기를 잇달아 치러 체력적 부담이 크다. 반면 엘지는 두산보다 긴 휴식을 가진 데다 2차전 승리를 따내며 기세까지 살렸다. 특히 1차전뿐만 아니라 시즌 내내 약점으로 지목됐던 타선이 2차전에서 폭발적인 활약을 보여준 것이 긍정적이다.
2021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2차전 두산 베어스와 엘지 트윈스의 경기가 열린 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관중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날 잠실야구장에는 2만1679명이 입장해 1차전(1만9846명)의 기록을 넘어서며 다시금 팬데믹 이후 리그 최다 관중 기록을 깼다. 야구장 관중이 2만명을 넘은 것은 지난 2019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키움 히어로즈의 한국시리즈 2차전(2만5000명) 이후 2년 만이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