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 트윈스 서건창이 3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2 KBO리그 기아 타이거즈와 경기에서 기아 포수 김민식의 태그에 앞서 슬라이딩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흐드러지게 핀 벚꽃 사이로 야구장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양현종’ ‘나성범’ 등이 적힌 유니폼을 입은 이들이 벚꽃과 야구장을 배경으로 서로 사진을 찍어주느라 여념이 없었다. 따뜻한 봄바람을 타고 온 치킨 냄새가 꽃향기 대신 후각을 자극했다. 홈런포가 터질 때면 응원단장의 목소리와 박수 소리가 뜨겁게 타올랐고, 멋진 수비엔 우레같은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야구장에 다시 봄이 찾아왔다.
야구장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치킨과 맥주도 돌아왔다. 정부 방역지침 완화에 따라 야구장 내 취식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실내 경기장인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선 취식이 불가능하다는 공지가 내려와 혼란이 있었지만, 일단 이번 주말 5개 야구장에선 모두 취식이 가능했다. 상인들은 줄을 지어 먹거리를 사는 관중 덕분에 행복한 구슬땀을 흘렸다. 개막 당일(2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이지희(41)씨는 “오랜만에 맥주를 마시며 야구를 볼 수 있어서 너무 신난다”라며 웃었다.
다시 돌아온 ‘진짜 야구’에 선수들도 화끈한 경기로 보답했다. 올 시즌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엘지(LG) 트윈스는 2∼3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기아 타이거즈와 2연전(9-0, 3-2)을 싹쓸이했다. 엘지는 2일 열린 애덤 플럿코(31)와 기아 양현종(34)의 메이저리그 출신 맞대결에서 완승했고, 이틀간 12점을 내며 10개 팀 가운데 가장 많은 점수를 기록했다. 투·타 모두 안정적인 모습이었다.
에스에스지 랜더스 최정이 3일 경남 창원 엔씨파크에서 열린 2022 KBO리그 엔씨 다이노스와 경기에서 6회초 솔로 홈런을 친 뒤 경기장을 돌고 있다. 창원/연합뉴스
개막전 때 타선 부진으로 대기록을 놓친 에스에스지(SSG) 랜더스는 3일 경남 창원 방문경기에서 최정(35)과 한유섬(33)의 솔로 홈런 등에 힘입어 엔씨(NC) 다이노스를 4-1로 꺾었다. 에스에스지는 전날 개막전에서 선발투수 윌머 폰트(32)가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로 9이닝까지 단 한 명의 주자 진루도 허용하지 않는 ‘퍼펙트 투구’를 선보였지만, 타선 침묵으로 9회까지 1점도 내지 못해 연장전 승리(4-0)에도 불구하고 퍼펙트게임 달성에 실패했다.
100% 전면 관중 입장이 시작됐지만 불안 요소는 있다. 특히 선수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줄줄이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점이 뼈아프다. 삼성 라이온즈는 케이티(kt) 위즈와 개막전부터 컨디션 난조를 이유로 구자욱 등 주력 선수들이 빠지며 사실상 1.5군으로 경기를 치렀다. 구체적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보인다. 엔씨도 양의지·노진혁 등 주력 선수가 빠졌다.
만원 관중을 채우지 못한 점도 아쉽다. 가장 많은 관중을 기대했던 개막전마저 5개 경기장 가운데 관중 2만명을 넘긴 곳이 단 한 군데도 없었다. 경기장 3곳이 관중 1만명을 넘겼고, 나머지 2곳에선 1만명도 채우지 못했다. 앞서 2019년 개막전 때는 경기장 3곳이 매진되고 5곳 모두 관중 2만명을 넘긴 바 있다.
전 두산 베어스 투수 유희관(오른쪽)이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 앞서 시구를 한 뒤 두산 포수 박세혁과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날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선 ‘느림의 미학’ 유희관(36)이 공식 은퇴식을 가졌다. 유희관은 지난 1월 전격 은퇴를 선언한 뒤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날 시구에 나선 유희관은 마지막 마운드를 장식하며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전했다.
광주/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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