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선수들이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엘지 트윈스전에서 패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모습. 연합뉴스
2020년 18연패(리그 팀 최다 연패 타이). 2021년 10연패. 그리고 2022년 다시 10연패. 3년째 ‘팀 리빌딩’이라는 근사한 구호를 내세우고 있지만 현실은 ‘연패 제조기’가 되어버렸다. 날개 꺾인 독수리 군단 얘기다.
한화 이글스는 22일 엘지(LG) 트윈스 전에서 패하면서 KBO리그 최초로 3년 연속 두자릿수 연패를 당한 팀이 됐다. 리그 역사상 최약체 팀으로 평가받는 삼미 슈퍼스타즈, 쌍방울 레이더스도 당하지 않았던 불명예 기록이다. 연패만 놓고 보면 한화는 창단 뒤 10연패 이상을 8차례나 했다. 10개 구단 최다 기록이다.
2018년 정규리그 3위로 11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했을 때만 해도 분위기는 이렇지 않았다. 하지만 2019년 9위로 떨어진 이후 부동의 꼴찌 팀이 됐다. 최근 스토브리그 때 대형 에프에이(FA) 영입이 없어 빈약한 투자에 따른 성적 하락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지만 같은 처지의 키움 히어로즈(현재 리그 2위)를 보면 딱히 그런 이유만도 아닌 듯하다.
한화는 2020시즌 최하위에 머문 뒤 돌파구 마련을 위해 전면적인 팀 체질 개선에 나섰다. 이용규부터 송광민, 최진행, 윤규진, 안영명 등 35살 안팎의 베테랑 선수들을 대거 방출했다. 이와 함께 포지션별 맞춤형 선수를 육성해 젊고 역동적인 팀으로 변모하겠다는 청사진도 밝혔다. 2010년대 무분별한 외부 선수 수혈로 최고령 구단이 돼 있던 한화가 취한 극단의 방법이었다. 하지만 리빌딩을 향한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ㄱ 해설위원은 “토양이 좋아야 농작물이 잘 자라듯이 리빌딩에도 기본 조건이 필요한데 한화는 너무 안 좋다”면서 “리빌딩이 성공하려면 어느 정도의 고참급이 어린 후배들을 이끌어줘야 하는데 한화는 한꺼번에 고참 선수들을 다 정리했다”고 꼬집었다. 한화에는 추신수와 김광현(이상 SSG), 김현수(LG), 박병호(KT), 양현종(KIA)과 같은 1~3년 차 선수들이 옆에서 지켜보고 루틴을 따라 할 롤모델이 없다. 고참급의 더그아웃 역할을 한화 프런트가 간과했던 셈이다. 현재 한화 최고참은 투수 파트에서 신정락(35), 야수 파트에서 최재훈(33)이다.
한화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비롯해 주요 코칭 스태프가 외국인이어서 의사 소통에도 다소 문제가 있다. ㄴ 해설위원은 “한화는 리빌딩이 필요한 구단이었다. 하지만 고참급 선수들을 정리한 뒤 방향과 방법이 잘못됐다”면서 “어린 선수들의 기량이 늘려면 그만큼 훈련이 동반되어야 하는데 외국인 감독 등을 데려오면서 후속 조처가 안 됐다”고 했다. 한화는 대전 야구장 훈련시설 또한 부족해 선수들의 경기 뒤 나머지 공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한화 선수단 자체가 패배를 당연해 한다는 점이다. ㄱ 해설위원은 “한화 연패 중에 중계를 갔는데 연승하는 팀보다 더 분위기가 좋았다. 선수들 스스로 ‘우리는 원래 지는 팀’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았다”면서 “어린 선수들은 성공을 통해 자신감을 얻어야 하는데 패배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맨날 자신감만 가졌다고 말한다”며 고개를 저었다.
팀 주포인 노시환이 부상으로 빠져있고 주장 하주석이 스트라이크존 판정에 대한 도를 넘은 항의로 퇴장당한 뒤 2군으로 내려간 한화는 현재 팀 평균자책점(5.17), 팀타율(0.241) 모두 꼴찌를 기록 중이다. 규정 타석을 채운 선수 중 타율 3할을 넘는 야수는 단 한 명도 없다.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이 1을 넘는 선수도 전무하다. 김종수가 제일 높은데 0.63에 불과하다. 2년 넘게 리빌딩을 이어가고 있는 팀의 현주소다.
ㄷ 해설위원은 “시즌 전부터 한화는 압도적 꼴찌 후보였다. 전력대로 성적이 나오고 있다”면서 “리빌딩 3년 차 팀이지만 계속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리빌딩을 위한 조금 더 구체적이고 세밀한 계획이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고 조언했다.
날개 꺾인 독수리의 날개는 언제쯤 다시 펼쳐질까.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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