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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택’ 꿈 남기고…굿바이, 트윈스의 영원한 33번

등록 2022-07-03 21:21수정 2022-08-10 12:37

코로나 탓에 2년 늦은 고별식
KBO 최다 출전·타석·타수·안타 기록
10년 연속 3할 타율 ‘꾸준함의 대명사’
“최애 선수, 엘지의 심장” 팬들 찬사
박용택 “원클럽맨·영구결번 꿈 이뤄”
“야구가 인생이라면 트윈스는 가족”
박용택 야구 해설위원이 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엘지(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에서 시구를 마치고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박용택 야구 해설위원이 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엘지(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에서 시구를 마치고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올여름 첫 폭염 경보가 내린 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 들끓는 날씨는 영락없는 ‘용암택’이었고, 마침 상대는 ‘사직택’의 그곳에서 상경한 롯데 자이언츠였다. 이날의 주인공은 경기 시작 전부터 “팬들이 ‘고맙다’고 하는데 울컥하더라”라며 ‘울보택’의 마음을 고백했다. 무엇보다 그는 이 모든 꿈같은 하루가 전적으로 ‘팬덕택’이라고 감격했다.

박용택(43)이 3일 롯데를 상대로 한 엘지(LG) 트윈스의 안방 경기에서 지난 2년간 유예됐던 늦은 고별식을 가졌다. 프로 데뷔 후 오직 엘지에서만 19년을 헌신한 박용택은 2020년 현역에서 은퇴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팬들과 만나는 작별 행사는 미뤄왔다. 그가 다시 잠실을 찾는 날, 팬들은 예매 전쟁으로 미리 환영식을 치렀다. 엘지 구단은 이날 잠실야구장 2만3750석 전석이 매진됐다고 알렸다. 2019년 9월 이후 2년 10개월 만에 첫 매진이다.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잠실 일대는 박용택의 이름과 등번호(33번)가 새겨진 검은색 핀 스트라이프 유니폼 물결로 넘실댔다. 오영준(49)씨는 프로야구 원년 팀 엠비시(MBC) 청룡 시절부터 엘지팬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10년 넘게 자발적으로 굿즈를 제작해 무료나눔을 해왔는데 이날은 “엘지의 심장 박용택”이라고 적힌 배지를 3333개 제작해 와 경기장을 돌며 뿌렸다.

오영준(왼쪽부터 세번째)씨는 3일 직접 제작한 박용택 은퇴식 기념 배지 3333개를 들고 동료들과 함께 잠실야구장을 찾았다. 박강수 기자
오영준(왼쪽부터 세번째)씨는 3일 직접 제작한 박용택 은퇴식 기념 배지 3333개를 들고 동료들과 함께 잠실야구장을 찾았다. 박강수 기자

“박용택은 ‘최애 선수’죠. 보기만 해도 가슴 뛰게 하는 엘지의 심장입니다.” 힘줘 말하는 그의 이마로 송골송골 땀이 흘렀다. 박용택 은퇴식 기념 배지를 제작해 나눔을 기획한 그가 팬 커뮤니티에 봉사자 구인 글을 올리자 엘지팬 40여명이 자원했다. 이들은 오후 1시부터 모여 3333개의 배지를 포장하고 배포했다. “모든 팬이 2년 전부터 기다려온 은퇴식”이라고 오씨는 말했다.

중앙 출입구에서는 오후 3시께부터 박용택 특별 사인회가 열렸다. 엘지 연간 회원 가운데 사전 신청을 받아 선택된 100명만 초대됐다. 김민정(47)씨는 아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았지만 홀로 사인회에 당첨됐다. 그는 “아들이라도 (박용택 사인) 유니폼은 양보 못 한다”라면서 웃었다. 이어서 “팀이 잘하든 못하든 팬은 응원하듯이 (박용택도) 엘지에서 다른 팀 안 가고 꾸준히 함께해줬다. 고마운 선수”라고 마음을 표했다.

엘지팬인 부모님을 따라 ‘모태 엘지팬’이 됐다는 중학생 고성현(왼쪽), 정상욱군. 정상욱군은 “어제 1-8로 졌으니 오늘은 8-1로 이길 것”이라고 통 큰 예측을 했다. 박강수 기자
엘지팬인 부모님을 따라 ‘모태 엘지팬’이 됐다는 중학생 고성현(왼쪽), 정상욱군. 정상욱군은 “어제 1-8로 졌으니 오늘은 8-1로 이길 것”이라고 통 큰 예측을 했다. 박강수 기자

2002년부터 2020년까지 엘지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섰던 박용택은 KBO리그 통산 2237경기 출전(1위), 9138타석(1위) 8139타수(1위) 2504안타(1위) 213홈런 313도루를 기록했다. 화려한 장타자는 아니었지만 10년 연속 타율 3할대를 유지한 ‘꾸준함의 대명사’였다. 데뷔 시즌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끝으로 우승과는 연이 없었으나, 오직 엘지만을 위해 뛰었다. 세 번의 자유계약선수(FA) 계약 때도 흔들림 없던 쪽은 구단이 아니라 박용택이었다.

이날 경기는 프랜차이즈 스타 박용택을 위한 잔치로 꾸며졌다. 엘지 후배들은 모두 등번호 33번을 달고 ‘별명 부자’ 박용택이 직접 선별한 ‘○○택’ 시리즈를 이름 대신 붙였다. ‘화산 같은 타격감’ 용암택은 김현수가, ‘찬스에 찬물 끼얹는’ 찬물택은 이민호가 달았다. 박용택은 경기 전 은퇴식과 시구를 마친 뒤, 특별 엔트리로 선발 좌익수 자리에 잠시 섰다. 이렇게 출장 경기 수를 하나 더 늘리고 물러나는 그를 향해 잠실 만석 관중은 “박용택!”을 연호했다.

박용택 야구 해설위원(오른쪽 셋째)이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엘지(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에서 자신의 별명이 적힌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과 함께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용택 야구 해설위원(오른쪽 셋째)이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엘지(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에서 자신의 별명이 적힌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과 함께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그는 프로선수가 되기 전부터 꿨던 두 가지 꿈을 이뤘다. 엘지에서 원클럽맨으로 은퇴하는 것, 그리고 영구결번이 되는 것. 그는 엘지의 영구결번 선배들을 거론하며 “김용수 선배(41번)가 전설이고 (이)병규 형(9번)이 히어로라면, 저는 팬들이 편하게 다가설 수 있는 선수였던 것 같다”라며 “오늘 모든 행사가 끝난 뒤 팬들을 위해서 제가 제일 잘 하는 ‘무제한 사인회’를 할 것”이라고 했다.

엘지는 이날 선발 임찬규(휘문택)의 5이닝 무실점 호투와 7회 채은성(울보택)의 2타점 2루타에 힘입어 4-1 승리를 챙겼다. 승리를 선물 받은 박용택은 경기 후 영구결번식을 치렀다. 그는 암전된 경기장 팬들의 휴대폰 불빛이 별처럼 박힌 잠실 한가운데 섰다. “팬보다 위대한 팀도, 위대한 야구도 없다”고 한 그는 울음을 참으며 말을 이었다. “저는 우승반지 없이 은퇴합니다. 우승반지 대신 여러분의 사랑을 여기다 끼고 은퇴합니다.”

박용택 야구 해설위원이 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영구결번식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박용택 야구 해설위원이 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영구결번식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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