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가 20일(한국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1회초 아메리칸리그 올스타 1번 타자로 출전해 내셔널리그 올스타 선발 클레이턴 커쇼(LA 다저스)의 초구를 받아쳐 안타를 만들어낸 뒤 웃으면서 1루 베이스로 달려가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미국 메이저리그는 5년마다 새로운 노사 합의를 한다. 2022시즌을 앞두고 양측은 27년 만에 가장 크게 충돌했고 시즌은 아슬아슬하게 정상 개막을 했다. 나름의 성과도 있었다. 저연차 선수들의 연봉 체계가 다소 개선됐다.
몇 가지 중요한 변화도 일어났다. 포스트시즌 진출 팀이 10개 팀에서 12개 팀으로 늘었고, 내셔널리그가 지명타자 제도를 도입해 투수 타석이 사라졌다.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은 홈런을 때려낸 마지막 다저스 투수가 됐다. 선수 보호를 위해 코로나 시즌에 한시적으로 도입했던 승부치기가 부활했으며, 사인훔치기를 막기 위한 전자장비가 도입됐다.
미국 출신 케빈 가즈먼과 알렉 마노아, 푸에르토리코 출신 호세 베리오스, 대한민국 류현진과 일본 기쿠치 유세이가 다국적 선발진을 이루고, 캐나다 출신 조던 로마노가 마무리를 맡은 토론토는 시즌 전 아메리칸리그 최강으로 꼽혔다. 그러나 류현진은 팔꿈치 수술로 이탈했고, 류현진 입단 때 봉고 연주를 했던 찰리 몬토요 감독은 선수들과 불화로 해임됐다. 토론토는 50승43패(동부지구 3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전반기 최고의 팀은 2009년 27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한 뒤 지금껏 정상에 서 본 적이 없는 뉴욕 양키스다. 이들의 기세는 역대 가장 완벽한 시즌으로 꼽히는 1998년 이후 가장 매섭다. 전반기를 33개 홈런으로 마무리한 애런 저지는 61홈런에 도전하고 있다. 1961년 양키스 로저 매리스는 61개의 홈런을 날려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여겨진 베이브 루스의 60홈런을 넘어섰다. 현재 이 기록은 7위로 밀려났지만 그 위의 6개는 약물 선수들의 기록이다.
메이저리그 선수 랭킹 1, 2위를 모두 거느리고 있지만 좀처럼 성과를 못 내는 엘에이(LA) 에인절스는 5월까지는 최고의 팀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두 달 만에 무너졌고 2016년 시카고 컵스를 108년 만의 우승으로 이끌었던 조 매든 감독이 경질됐다.
마이크 트라우트가 자꾸 다치는 반면 ‘미스터 베이스볼' 오타니 쇼헤이는 2년 연속 최우수선수(MVP)에 도전한다. 지난해 46홈런을 날렸던 오타니는 지난해 승수에 해당되는 9승으로 전반기를 마쳐 올해는 ‘투수’ 오타니가 ‘타자’ 오타니를 능가하고 있다. 오타니 등판 경기에서 팀 14연패와 원정 11연패를 끊었던 에인절스는 오타니 등판 경기 6연승과 오타니가 등판하지 않은 경기 13연패로 전반기를 마쳤다. 에인절스의 오타니가 아니라 오타니의 에인절스다. 전반기 성적은 39승53패로 서부지구 4위.
서부지구 돌풍은 시애틀 매리너스가 일으키고 있다. 스즈키 이치로가 데뷔한 2001년을 마지막으로, 북미 4대 프로 스포츠 팀들 중 가장 오랫동안 포스트시즌을 못 한 시애틀(51승42패)은 14연승으로 전반기를 마치며 가을 야구를 꿈꾸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세 번이나 월드시리즈에 오른 휴스턴은 올해도 건재(59승32패)하다. 사인훔치기로 지탄받았던 휴스턴은 그동안 피해자로 알려졌던 양키스도 깨끗하지 못하다는 사실이 밝혀져 일종의 면죄부를 얻었다.
내셔널리그 동부지구는 지난해 월드시리즈 챔피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56승38패)와 부자 구단주가 등장한 뉴욕 메츠(58승35패)의 우승 경쟁이 치열하다. 맥스 슈어저를 최고 연봉으로 영입한 메츠는 가장 강력한 투수인 제이컵 디그롬이 후반기에 돌아온다. 김광현이 떠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앨버트 푸홀스가 11년 만에 돌아왔다. 1980년생 푸홀스와 1981년생 애덤 웨인라이트, 1982년생 야디에르 몰리나는 11년 만의 우승을 향해 마지막 길을 가고 있다. 셋이 합해 총 58시즌을 뛰었는데, 푸홀스와 몰리나는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
전반기 아메리칸리그 최강 팀이 양키스(64승28패)라면 내셔널리그 최강 팀은 다저스(60승30패)다. 월드시리즈에서 11번을 만났지만 1981년이 마지막 대결인 두 팀은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 2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특히 올스타전 개최가 1980년 이후 42년 만인 다저스는 1루수 프레디 프리먼의 합류와 두 번이나 7이닝 퍼펙트를 한 클레이튼 커쇼의 부활로 더 강력해졌다.
지난해 다저스라는 암벽을 오르다 굴러떨어졌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52승42패)는 후반기 반격을 준비한다. 겨울에 있었던 바이크 사고로 전반기를 놓친 지난 시즌 홈런왕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돌아온다. 수비가 골드글러브급으로 성장한 김하성 덕분에 샌디에이고는 타티스 없는 전반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
22일(한국시각)부터 시작하는 후반기에 가장 주목해야 하는 날은 8월3일이다. 트레이드가 가능한 마지막 날로 신시내티 에이스 루이스 카스티요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어쩌면 오타니 영입전이 발발할 수도 있다.
김형준 메이저리그 전문가 generls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