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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출·30세가 프로를?…“그럼에도” 이동규는 직구를 던졌다

등록 2022-09-02 11:00수정 2022-09-02 11:28

[현장] KBO리그 신인드래프트 트라이아웃
내년 서른살 “나이가 아쉽군”
참가한 13명중 6명 비선수 출신
절박한 미생들의 뜨거운 도전
프로구단 선택받을지 불투명
참가자 “그럼에도 후회는 없어”
이동규가 29일 인천 강화군 에스에스지 랜더스 퓨처스필드에서 열린 2023 KBO 신인드래프트 트라이아웃에 참가해 공을 던지고 있다. 투수의 경우 30개 공을 던지는 것으로 테스트가 마무리됐다. 한국야구위원회 제공
이동규가 29일 인천 강화군 에스에스지 랜더스 퓨처스필드에서 열린 2023 KBO 신인드래프트 트라이아웃에 참가해 공을 던지고 있다. 투수의 경우 30개 공을 던지는 것으로 테스트가 마무리됐다. 한국야구위원회 제공

‘트라이아웃’(tryout)의 사전적 의미는 ‘(추후 사용할지를 결정하기 위해) 시험해 보기’다. 시험 합격을 위해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이들은 간절한 몸짓을 보인다. 지난달 29일 인천 강화군 에스에스지(SSG) 랜더스 퓨처스필드에서 열린 2023 KBO 신인드래프트 트라이아웃 현장도 비슷했다. 부슬부슬 내리는 가을비 속에서 13명의 지원자들은 10개 구단 수십명의 스카우트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야구를 향한 열정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이날 참가한 선수 중 6명은 중·고교 때까지 야구 선수로 활약한 이력이 전혀 없다. 야구 예능 프로그램 〈청춘야구단: 아직은 낫아웃>(KBS·이하 ‘청춘야구단’)에 출연해 얼굴이 낯익은 이동규의 경우 2019년 6월부터 야구를 본격적으로 배웠다. 그런데도 그는 불펜 피칭 때 최고 시속 143㎞의 공을 던지며 스카우트의 시선을 끌었다. 그를 지켜본 한 스카우트는 “순간 ‘뭐지?’ 싶었다”면서 “‘청춘야구단’ 때는 구속이 시속 130㎞ 중반대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늘어난 것 같다. 다만 나이가 많이 아쉽다”고 했다. 그는 내년이면 만 서른살이 된다.

2014년부터 시작된 KBO 트라이아웃은 국내로 돌아온 국외파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정영일(은퇴), 장필준(삼성), 김재윤(KT), 김선기(키움), 이학주(롯데), 이대은(은퇴) 등이 이 과정을 거쳐 KBO리그에 입성했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2018년 신인드래프트 때 엘지(LG)가 비선수 출신의 한선태를 지명하면서부터다. 역대 최초의 비선출 지명이었고, 그는 2019시즌 1군 무대에 등장하면서 독립리그·사회인야구 선수들의 ‘꿈’이 됐다. 당시 트라이아웃 현장에 있던 한 스카우트는 “한선태가 공을 던지자 다들 ‘와’ 하면서 봤다. 사이드암으로 시속 144㎞를 던졌다”면서 “사실 한선태는 독립리그에서 뛸 때부터 보고 있었다. 공 움직임이 좋아서 타자들이 치기 힘들 것이라는 걸 알았다”고 밝혔다. 당시 한선태는 군필에 나이도 24살에 불과했다.

2023 KBO리그 신인드래프트 트라이아웃 현장. 한국야구위원회 제공
2023 KBO리그 신인드래프트 트라이아웃 현장. 한국야구위원회 제공

한선태 지명 이후 비선수 출신의 트라이아웃 도전은 부쩍 늘었다. 2019년 트라이아웃에 참가해 두산이 발탁한 재일교포 안권수 또한 일본 독립리그에서 뛰던 비선수 출신이다. 안권수는 당시 옆구리 통증으로 트라이아웃 때는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두산은 이미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 때 안권수를 테스트했었기 때문에 당일 모습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지난해 롯데 자이언츠가 지명했던 김서진(18)은 홈스쿨링을 하면서 독학으로 야구를 배운 케이스였다. 성민규 롯데 단장은 이에 대해 “2년 전부터 봐온 선수였다. 야구를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아서 기본기나 경기 감각은 떨어지겠지만 또래보다 순발력, 파워, 센스 등 운동신경은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지명 이유를 밝힌 바 있다.

트라이아웃 지원자들이 넘어야 할 산은 만만찮다. 15일 열리는 신인드래프트에 신청서를 접수한 고교, 대학교 야구부 소속 선수들만 1166명에 이른다. 이들과 비교해 구단의 최종적인 판단이 내려지게 된다. 한 스카우트는 “이번 드래프트에 나오는 고교 3학년 선수 중 시속 140㎞ 이상을 던지는 투수만 100명이다. 이 때문에 신인 투수 합격선이 시속 143㎞, 145㎞ 식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똑같이 시속 140㎞대를 던져도 실전 경험이나 안정적 투구폼, 체격, 나이 등을 고려한다. 군 복무 문제도 생각해야 한다. 트라이아웃 동안 시속 140㎞ 이상의 공을 던진 투수는 두 명밖에 없었다.

한국야구위원회 제공.
한국야구위원회 제공.

복수의 스카우트에 의하면 올해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이들 중 2명 정도(야수 1명·투수 1명)가 경쟁력이 있다고 한다. 물론 이들의 이름이 15일 10개 구단에 선택될 110명에 속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한 스카우트는 “야구를 사랑하는 열정은 높게 산다. 하지만 드래프트를 뚫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스카우트는 “드래프트에서 떨어지면 구단에서 따로 불러 다시 테스트해보고 싶은 선수가 있기는 하다”고 귀띔했다.

이동규는 트라이아웃을 마친 소감을 “그럼에도”라는 한 단어로 표현했다. 야구만 했던 선수도 90% 이상 떨어지는 게 신인 지명이다. 이동규는 “이번이 마지막 도전인데 후회는 없다”면서 “야구를 통해 과정을 이겨내는 방법을 알게 됐다. 용기를 내서 시도했다는 것 자체가 야구 아닌 다른 도전 때도 내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인천/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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