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프로 스포츠에 공짜 표가 남발되던 시기가 있었다. 행사를 빌미로 아주 싼 티켓을 판 적도 있다. 하지만 다 옛말이다. 프로야구만큼은 ‘비싼’ 스포츠가 됐다. 미지의 바이러스(코로나19) 탓에 관중이 줄기는 했으나 객단가(좌석 1개당 매출)는 그 이전보다 껑충 뛰었다. 올해 대부분의 구단이 입장료를 동결했는데도 객단가가 오른 것은 관중 성향이 변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한겨레〉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제공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KBO리그 경기 평균 객단가(21일 기준)는 1만4902원이다. 프로 스포츠 객단가 1만5000원 시대 초읽기에 들어간 셈. 코로나19 직전 시즌인 2019시즌(1만1780원)과 비교하면 3122원(21%)이나 올랐다. 프로야구가 2016년 객단가 1만원 시대(1만443원)를 처음 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꽤 가파른 상승세다. 프로 원년(1982년 1480원)과 비교하면 40년 만에 10배가 올랐다. 프로축구 포함 평균 객단가가 1만원이 넘는 국내 프로 스포츠는 프로야구가 유일하다.
KBO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구단별로 살펴보면 고척 스카이돔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키움 히어로즈가 1만9951원으로 객단가가 가장 높다. 올해 평균 관중 1위(1만3298명)의 에스에스지(SSG) 랜더스는 객단가(1만2910원)가 가장 낮은데,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외야석까지 꽤 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엘지(LG) 트윈스의 경우 올해 전체 평균 객단가가 1만5479원인데 만원 관중이 찼던 박용택 은퇴식(7월3일) 때 객단가는 1만3808원이었다.
징후는 있었다. 코로나로 관중 입장이 제한됐던 2020년 평균 객단가는 1만4440원이었다. 2021년은 1만4882원. 잠실야구장을 사용하는 구단의 한 마케팅 관계자는 “지난 2년간은 중앙석, 테이블석을 사용하는 연간 회원 비중이 전체 관중의 50% 안팎을 차지해서 객단가가 올라간 점이 있다”고 했다. 올해 객단가에 대해서는 “티켓값은 예전과 변함이 없는데 팬들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비싸지만 취식이 편한 테이블석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졌다. 관중 성향이 ‘어쩌다 한 번 (야구장) 오는데 좋은 자리에서 야구 보자’로 변한 것 같다”고 했다.
객단가가 높아지면서 구단 입장 수입은 코로나19 이전보다 늘어났다. 21일까지 전체 시즌(720경기)의 91.5%(659경기)를 소화했는데 리그 총 입장 수입이 800억원(806억2199만원)을 넘어섰다. 엘지가 123억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고, 에스에스지 또한 100억원 이상 수입을 냈다. 엘지의 경우 홈 잔여 경기수(9경기)를 고려할 때 올해 140억원 이상의 관중수입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도 두산 또한 관중 수입 100억원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보인다.
구단별 잔여 경기 수와 시즌 막판 관중이 줄어드는 것을 고려해야 하지만 현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프로야구 관중 수입은 870억원에 이르게 된다. 2019시즌 총 관중 수입(858억원)을 넘어서는 액수다. 올해 경기당 평균 관중이 8209명에 불과한데도 평균 관중 1만119명이던 때(2019년)보다 더 수입이 늘어나는 셈이다. 야구위(KBO) 관계자는 “관중 수가 줄었지만 입장 수입이 늘어난 것은 리그에 긍정적인 신호로 봐도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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