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에스지(SSG) 랜더스가 9월30일 올 시즌 마지막 홈경기를 마친 뒤 안방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있다. 에스에스지는 이날 연장 11회 접전 끝에 한유섬의 끝내기 만루홈런으로 승리했다. 에스에스지 랜더스 제공
에스에스지(SSG) 랜더스가 정규리그 왕좌에 올랐다. 2021년 1월 에스케이(SK) 와이번스를 1352억원에 인수한 뒤 두 시즌 만이다. 프로야구 출범 40년 만에 첫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개막일부터 마지막 날까지 내내 1위를 유지하는 것)이기도 하다. 에스에스지는 4일 2위 엘지(LG) 트윈스가 기아(KIA) 타이거즈에 패(3-8)하면서 ‘매직 넘버’ 1을 지웠다. 이날 에스에스지는 경기가 없었다.
에스에스지의 우승은 과감한 투자에서 기인한다. 팀 인수 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던 추신수를 케이비오(KBO)리그 역대 최고 연봉(27억원)으로 영입했고, 올 시즌 전에는 빅리그에서 2년을 뛴 김광현까지 역대 최고액(4년·151억원)으로 팀에 복귀시켰다. 예비에프에이(FA) 신분이던 한유섬, 박종훈, 문승원 또한 다년계약으로 미리 붙잡았다. 에스에스지가 지난 시즌 종료 뒤 쓴 금액만 331억원이었다.
에스에스지는 개막 달부터 앞서 나갔다. 윌머 폰트와 김광현이 버틴 선발 마운드의 힘이 컸다. 폰트는 개막전(4월2일 NC전)부터 9이닝 퍼펙트 투구를 보여줬고, 김광현은 4월 4경기 등판 때 0점대 평균자책점(0.36)을 보였다. 현재 2010년 류현진(당시 한화 이글스) 이후 12년 만에 1점대 평균자책점(1.99)을 노리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에서 방출된 베테랑 노경은을 데려온 것도 ‘신의 한 수’가 됐다. 노경은은 두산 베어스 시절인 2013년 이후 9년 만에 두 자릿수 승수(12승)를 올리고 있다.
타선에서는 예비에프에이 부담을 떨친 한유섬이 시즌 초반부터 매서운 클러치 능력(21홈런 100타점, 타점 공동 4위)을 선보였다. 중견수 최지훈과 유격수 박성한의 성장도 팀에 보탬이 됐다. 특히 최지훈은 생애 첫 3할대 타율(0.306)과 두 자릿수 홈런(10홈런)을 기록했다. ‘1번 타자’ 추신수는 여전히 뛰어난 선구안을 자랑했고, ‘홈런 공장장’ 최정은 26개의 홈런(3위)을 때려냈다.
김원형 에스에스지 감독의 리더십도 간과할 수 없다. 지난 시즌 첫 프로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선발진이 부상, 부진으로 완전히 무너진 가운데서도 마지막 날까지 가을야구 경쟁을 이어갔다. 지난해 6위의 아쉬움을 발판 삼아 올해는 팀을 1위로 끌어올렸다. 심재학 <엠비시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시즌 내내 1위를 유지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김원형 감독이 작년에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선수단 운영에서 올해 더 단단해진 것 같다”고 했다.
에스에스지는 성적과 비례해 올 시즌 관중 동원도 10개 구단 중 1위(평균 관중 1만3633명, 총 98만1546명)를 기록 중이다. 심재학 해설위원은 “결국 투자의 힘이다. 오너(정용진 구단주)의 관심 속에 관중도 많이 늘었다. 프로 구단에는 오너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시즌”이라고 했다. 정용진 구단주(신세계그룹 부회장)는 틈 날 때마다 야구장을 방문해 선수단을 격려하고 있다.
한편, 메이저리그에서는 지금껏 5차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 있었다. 가장 최근에는 2005년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시즌 내내 지구 1위를 하고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에스에스지가 ‘진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한국시리즈 우승이 필요한 셈이다. 정규리그 1위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은 83.9%(단일 시즌 기준)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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