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스포츠 야구·MLB

최후의 게임, 낯선 사령탑들의 직진 대결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등록 2022-11-01 18:58수정 2022-11-02 10:51

키움 히어로즈 홍원기 감독(왼쪽)과 에스에스지 랜더스 김원형 감독. 연합뉴스
키움 히어로즈 홍원기 감독(왼쪽)과 에스에스지 랜더스 김원형 감독. 연합뉴스

#1. 그는 ‘어린 왕자’로 통했다. 프로 데뷔해(1991년)에 19살 나이로 선동열(해태)과 맞대결해 완투승을 거둔 뒤 얻은 별명이었다. 현역 시절 폭포수 커브를 던졌던 그는 통산 134승(144패)을 거뒀다. 1군 545경기 2171이닝 동안 그가 던진 공의 개수는 3만3240개. 공을 던질 수록 그의 팔꿈치 인대는 점점 마모됐고 현재 그의 오른팔은 곱게 펴지지 않는다.

#2. 그의 가방 안에는 늘 크기가 다른 글러브 5개가 들어있었다. ‘전천후 내야수’의 숙명이었다. 내야에 구멍이 생기면 그는 해결사로 나섰다. 잡초 같던 선수 시절이었고, 허리 부상은 연례행사였다. 2005년 말 두산 베어스에서 현대 유니콘스로 적을 옮겼으나 2년 뒤 현대는 해체됐다. 그는 “2008년 1월 (제주) 강창학야구장에서 혼자서 은퇴식을 했다”며 웃는다.

전자(#1)는 김원형 에스에스지(SSG) 랜더스 감독, 후자는 홍원기(#2) 키움 히어로즈 감독이다. 사령탑 2년 차인 이들은 2022 KBO리그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맞대결을 벌이고 있다. 시즌 최후의 게임을 지휘하는 것은 둘 다 처음이다.

김원형 감독은 2020년 말 에스케이(SK) 와이번스 감독으로 선임됐지만, 2021년 초 구단이 매각되면서 에스에스지 초대 감독이 됐다. 에스에스지는 이번이 창단 첫 한국시리즈 도전이 된다. 정규리그를 ‘와이어 투 와이어’(개막부터 마지막 날까지 계속 1위를 유지하는 것) 우승으로 마쳤기 때문에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좋다. 선수 시절 김광현, 최정, 한유섬 등 에스에스지 주전급 선수들과 함께 3차례 정상(2007년·2008년·2010년]에 함께 선 적이 있어서 자신감도 넘친다.

홍원기 감독은 이번 가을야구에서 언더독(약체팀)의 반란을 보여주고 있다. 시즌 전만 해도 키움은 박병호(kt 위즈) 등의 이적으로 하위권으로 분류됐지만 키움은 정규리그 3위에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올랐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케이티, 플레이오프에서 엘지(LG) 트윈스를 차례대로 물리치면서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바라보고 있다. 이정후, 안우진을 중심으로 젊은 선수단이 똘똘 뭉쳐 있는데 윤활유 역할을 하는 이가 홍원기 감독이다. 홍 감독은 백업 선수로 뛰었던 경험상 선수들의 고충에 대해 어느 누구보다 이해도가 깊은 편이다.

김 감독이나 홍 감독 모두 사령탑 계약기간은 2년이었다. 올해가 마지막 계약해라는 뜻이다. 한국시리즈 결과에 따라 이 둘의 운명은 갈릴지도 모른다. 장기전인 정규리그와 달리 단기전인 포스트시즌은 ‘감독의 야구’로 흘러가는 터라 결과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가 없다. 선수 교체, 작전 성공 여부 등에 따라 단기전의 향방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순간의 결정이 시리즈 전체 판도를 뒤흔든다. 예상과 달리 엘지가 키움에 업셋을 당한 이유도 감독의 야구에서 밀린 게 컸다.

2022년 마지막 야구에서 웃는 사령탑은 누가 될까. 어느 쪽이 승리하든 ‘창단 첫 우승 사령탑’의 타이틀은 갖게 된다.

whizzer4@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스포츠 많이 보는 기사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1.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2.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3.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4.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5.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