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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성적 내도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사령탑들 [김양희의 맛있는 야구]

등록 2022-11-08 16:16수정 2022-11-08 19:46

류지현 전 엘지 트윈스 감독. 연합뉴스
류지현 전 엘지 트윈스 감독. 연합뉴스

7일 한국시리즈 5차전이 열리기 직전, 에스에스지(SSG) 랜더스는 깜짝 발표를 했다. 김원형 감독과의 재계약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류선규 에스에스지 단장의 설명은 이랬다. “정규리그 우승 직후 내부적으로는 김 감독과 재계약 방침을 정했었다. 그런데 최근 야구계가 어수선해서 현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정용진) 구단주께 최종 보고를 하고 경기 전 발표하게 됐다.”

류 단장의 말처럼 야구계는 요즘 어수선하다. 가장 최근만 보면 정규리그 2위 엘지(LG) 트윈스가 플레이오프에서 키움 히어로즈에 업셋(1승3패)을 당한 뒤 류지현 감독에게 재계약 불가 의사를 전했다. 류 감독은 시즌 막판까지 에스에스지와 1위 경쟁을 펼쳤고 구단 역대 최고 승수(87승)를 올렸으나 그에게 돌아온 것은 해고 통보였다. 야구계에서는 사령탑 교체에 구본능 구단주 대행의 의지가 적극 반영된 것으로 본다. 플레이오프 탈락 뒤 일부 팬들이 엘지의 가을야구 상징인 유광 점퍼를 훼손하는 모습을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류지현 전 감독은 정규리그 때 선수단 부상 관리에 초점을 맞춰 안정된 경기력을 선보였다. 엘지가 최강 불펜을 갖추게 된 것도 류 감독이 연투 관리에 신경을 쓴 덕이다. 소통을 통해 젊은 선수들의 성장도 도왔다. 하지만 단기전 때 결단력이 부족했다. 장기전은 오늘 패하더라도 내일 승리를 도모할 수 있으나 단기전은 내일이 없을 수도 있다. 류 감독은 냉철하고 냉정해야만 했으나 선수에 대한 믿음으로 망설인 결과 다음 시즌을 보장받지 못했다.

김원형 에스에스지 랜더스 감독. 연합뉴스
김원형 에스에스지 랜더스 감독. 연합뉴스

사실 올해 가을야구는 단두대 매치나 다름없었다. 재계약이 걸린 사령탑이 3명이나 됐기 때문이다. KBO리그 사상 최초로 정규리그 ‘와이어 투 와이어’(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1위를 계속 유지하는 것) 우승을 달성한 김원형 감독조차 한국시리즈에서 패할 경우 자리가 위태롭다는 소문마저 돌았다. 김 감독과의 재계약은 정규리그 직후 발표됐어야 하는데 에스에스지는 이를 늦췄고 그 와중에 소문만 부풀어졌다. 류지현 전 감독 또한 포스트시즌 전에 재계약이 이뤄졌다면 조금은 다른 결과가 도출되지 않았을까도 싶다.

김원형, 류지현 감독과 마찬가지로 홍원기 히어로즈 감독 또한 올해가 계약 만료해다. 박병호(kt 위즈) 등의 이적으로 히어로즈는 올해 하위권으로 분류됐으나 이정후, 안우진을 앞세워 언더독(약체)의 반란을 일으키며 한국시리즈까지 올랐다. 히어로즈의 분전에 모두가 박수를 보내지만 홍 감독의 운명도 알 수는 없다. 히어로즈는 2019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던 장정석 전 감독(현 KIA 타이거즈 단장)과 계약하지 않은 전력이 있다.

올해는 유독 각 구단 감독들의 운명이 잔인했다. 이동욱 엔씨(NC) 다이노스 감독이 5월 중순 경질됐고, 허삼영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8월 초 자진사퇴했다. 이 전 감독은 엔씨 창단 첫 우승 사령탑(2020년)이었고, 허 전 감독은 지난해 삼성을 최고 승률(공동)로 이끈 지도자였다. 시즌이 끝난 뒤에는 두산 베어스를 7년 연속 한국시리즈로 올려놨던 김태형 감독이 옷을 벗었다. 그리고 류지현 감독이 지휘봉을 놨다. 하위권 성적에도 직을 유지 중인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이나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신기해 보일 정도다.

프로야구 감독은 파리 목숨이다. 요즘은 성적을 내도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모그룹의 복심에 더해 커뮤니티 기반의 팬덤 영향이 더 커진 탓이다. 오로지 실력만으로 평가받는 프로 세계라지만 점점 더 피도 눈물도 없이 비정해지는 듯해 씁쓸해지는 가을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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