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이정후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상(MVP)을 수상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전자전. 아버지는 당대 최고 야구 선수였고, 아들도 당대 최고 야구 선수가 됐다. 이정후(24·키움 히어로즈)가 그렇다.
이정후는 17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MVP)로 호명됐다. 정규리그 종료 직후 열린 기자단 투표에서 몰표에 가까운 표(107표 중 104표·97.2%)를 받았다. 투수 부문 2관왕의 안우진(23·키움 히어로즈·1표)과 이대호(은퇴·2표)와 압도적인 표 차이가 났다. 히어로즈 소속 선수로는 2014년 서건창(현 LG 트윈스) 이후 8년 만의 수상.
이정후는 올 시즌 2년 연속 타격왕(0.349)에 오르는 등 안타(193개), 타점(113점), 장타율(0.575), 출루율(0.421)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리그 역사상 타격 5관왕이 나온 것은 2010년 7관왕에 올랐던 이대호(은퇴)에 이어 두 번째 기록이다. 이정후의 아버지, 이종범 엘지(LG) 트윈스 코치 또한 1994년 타격 5개 부문(타율·최다안타·득점·도루·출루율)에서 1위에 올랐으나 당시 득점왕 시상이 없어서 공식적으로는 4관왕이다.
아버지와 같은 나이인 24살에 리그 최고 선수로 우뚝 선 이정후는 수상 소감에서 “5년 전 신인왕(2017년)을 받으러 왔을 때 엠브이피 타는 선배를 보고 언젠가는 받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받게 돼 감사하다”고 했다. 한미일 리그 최초로 부자 엠브이피가 된 데에 대해서는 “지금껏 아버지의 아들로 살아왔는데 이제 제 야구 인생은 제 이름으로 살아가겠다”라고 당당히 밝혔다. 이정후는 이날 받은 상금 전액(5관왕+MVP로 총 2500만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두산 베어스 정철원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서 정규리그 신인상을 수상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인왕은 두산 베어스 구원 투수 정철원(23)의 몫이었다. 정철원은 2018년 프로 입단 뒤 올해 5시즌 만에 1군 데뷔했으며 신인 투수 역대 최다 홀드 신기록을 세웠다. 시즌 기록은 58경기 출전, 4승3패 3세이브 23홀드 평균자책점 3.10. 총 107표 중 74표(69.2%)를 받으며 한화 이글스 김인환(24표)을 제쳤다. 두산 출신 선수로는 2010년 양의지 이후 처음, 중고 신인으로는 2016년 신재영(은퇴) 이후 첫 수상이다.
정철원은 “경쟁 상대인 (김)인환이 형이 있어서 분발할 수 있었다. 끝까지 아프지 않고 완주해서 상을 받게 된 것 같다”면서 “김광현(SSG 랜더스) 선배처럼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광현은 정철원의 안산공고 선배다.
한편, 내년 1월 이종범 코치의 딸이자 ‘절친’ 이정후의 동생인 이가현씨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 고우석(24·LG 트윈스)은 구원왕 수상 뒤 “가족 중 야구를 가장 못 하는 선수가 될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날 함께 온 예비 신부를 향해서는 “내년에 더 좋은 사람이 되겠다”라고 했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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