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10일 2023년 KBO리그 소속 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10개 구단 등록선수는 총 588명. 지난해(606명)보다 18명이 줄었다. 2021년(610명)과 비교하면 22명이 감소했다. 10개 구단 체제에서 등록선수가 가장 적었던 해는 2019년, 586명이었다. 10구단 체제 첫 해(2015년), 등록선수는 모두 628명이었다.
2010년대 안팎에는 ‘아직 안 터진 1등 복권’ 같은 재능을 기대하며 구단들은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무조건 선수를 품었다. 김현수, 서건창(이상 LG 트윈스) 등 육성(신고)선수 출신이 맹활약하면서 이런 기조는 더욱 강해졌다. 한때는 군 보류 및 육성 선수 포함 110명 넘게 선수들을 보유한 구단도 있었다.
그러나 점점 분위기가 달라졌다. 아마추어 저변이 약한 상황에서 구단이 9개, 10개로 늘어나니 ‘숨겨진 보석’을 찾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이제 구단들은 2~3년 내 성장하지 않으면 과감하게 내친다. ‘혹시나’하는 기대감을 빨리 내려놓는다. 프로 1~2년 차에 내쳐지는 이들도 있다.
코로나19 팬더믹에 물가 상승까지 겹쳐 구단들은 선수단 규모를 더욱 줄일 수밖에 없다. 개인 장비 지원, 원정 숙박비 등 프로야구 선수 한 명 당 평균 연간 운영비는 2000만원(연봉 제외)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샐러리캡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정해진 총연봉 내에서 고액 선수들의 연봉을 맞춰주려면 저연봉 선수 몇 명을 내보낼 수밖에 없다. 스토브리그 ‘대박’은 그저 소수의 전유물이다.
이날 발표에서 눈에 띄는 숫자는 하나 더 있었다. 등록 코치 수다. 전체 선수 수는 줄었는데 코치 수는 16명이나 늘었다. 작년에는 등록 코치 수가 251명이었는데 올해는 267명이나 된다. 구단으로 보면 기아(KIA) 타이거즈가 38명 코치를 보유 중이고 키움 히어로즈는 작년과 똑같이 17명의 코치진을 운영 중이다. 엔씨(NC) 다이노스가 키움에 이어 코치 수(19명)가 적은 편이다.
키움은 이전에도 전체 코치 수가 타 구단에 비해 적었다. 키움 관계자는 “다른 구단들은 3군 및 재활군 코치가 꽤 있어서 우리 구단 코치 숫자가 적어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키움은 등록선수 수에서는 에스에스지(SSG) 랜더스(62명)에 이어 두번째(61명)로 많다. 2019년(50명)과 비교하면 11명이나 늘어난 수치다. 키움은 코치 수는 적어도 젊고 유능한 선수가 매해 나온다. 육성 시스템이 잘 돼 있기 때문이다.
기아의 경우 코치 수가 작년보다 무려 9명이나 증가했다. 하지만 ‘전문 코치직’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기아 쪽 말을 들어보면 타격 코치 등 기술 코치는 그대로이고 스카우트, 트레이너, 전력분석원 등 전문직이 이번에 새롭게 코치로 등록됐다고 한다. 롯데 자이언츠 또한 코치가 5명(27명→32명) 늘었는데 “전력분석 파트 강화를 위해 조세범 코치와 트레이닝 파트 컨디셔닝 훈련 강화를 위한 김현욱 코치를 영입했기 때문”이라고 롯데 쪽은 밝혔다. 기아와는 결이 다른 코치 수 증가다.
단순히 숫자만 봤을 때는 보이지 않는 게 있다.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 그 이면을 봐야 한다. 이는 비단 스포츠만이 아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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