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2023 세계야구클래식(WBC)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맞붙는 이강철 감독(왼쪽)과 데이브 닐슨 호주 대표팀 감독. 도쿄/연합뉴스
결전의 날이 밝았다. 이강철호가 2023 세계야구클래식(WBC) 마이애미를 향한 항해를 시작한다. 첫 상대는 호주(9일 낮 12시)다.
이강철 대표팀 감독은 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대회 기자회견에서 “긴장은 되지만 가벼운 긴장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준비를 잘해 왔다. 선수들도 자신감 있게 준비했고 비장한 각오로 나설 것”이라고 출사표를 밝혔다. 이번 대표팀 강점에 대해서는 “야수는 탄탄한 수비와 함께 빠른 발과 장타력을 갖추 선수들이 잘 어우러져 있다. 투수는 베테랑과 영건의 신구 조화가 잘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객관적 전력에서 한국은 호주에 앞선다. 호주 대표팀은 메이저리그 최고 불펜 투수 중 한 명인 리엄 헨드릭스(시카고 화이트삭스)가 비호지킨 림프종(혈액암)으로 출전하지 못하는 등 지난 대회보다 전력이 많이 약화됐다. 이강철 감독은 “한국이 호주보다 전력상 우위라고 나오는데 야구는 모르는 것이다. 절대 강자와 싸운다는 생각으로 임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 호주전에 사이드암 투수 고영표(32·kt 위즈)를 선발로 내세운다. 고영표는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에스에스지(SSG) 랜더스와 연습경기(3일)에 선발 등판해 3이닝 무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를 선보인 바 있다. 태극마크를 달고 처음 출전한 도쿄올림픽 때는 2경기 등판해 9⅔이닝 10피안타(2피홈런) 13탈삼진 6실점을 기록했다. 고영표에 맞서는 호주 대표팀 선발은 ‘젊은 피’ 잭 올로클린(23)이다. 미국프로야구 마이너리그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산하 싱글 A에서 뛰는 좌완 투수다.
한국과 호주는 첫 경기에 둘 다 총력으로 맞붙는다. 팀 구성상 B조 최강이 일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과 호주가 8강 진출이 걸린 조 2위를 다투게 된다. 같은 B조의 체코, 중국은 전력이 한 수 아래로 평가된다. 2주 전 일본에 입성해 대회를 준비해 온 데이브 닐슨 감독은 “한국처럼 우리도 준비를 많이 했다. 한국전은 매우 팽팽하고 치열한 경기가 예상된다”고 했다.
선수들도 첫 경기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이번 대회로 10번째 태극마크를 달게 된 ‘캡틴’ 김현수(LG 트윈스)는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한다”면서 “어느 팀이든 첫 경기는 가장 좋은 선수가 나온다. 제일 중요한 경기니까 꼭 잡아야 한다”는 각오를 밝혔다. 대표팀에 대해서는 “처음 애리조나에 모였을 때부터 분위기가 좋았고 하나가 되어 이기자는 마음이었다. 이번 대표팀은 고참도 있고 어린 선수도 있어서 (역대 대표팀과 비교해) 조화가 제일 잘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한국은 호주를 상대로 2008 베이징올림픽 최종예선에서 16-2 승리(7회 콜드승) 이후 8연승을 달리고 있다. 세계야구클래식 때는 2013년 대회 1라운드 때 한 차례 맞붙어 6-0 승리를 거뒀다. 이 감독은 “첫 경기에서 이겨야만 한일전(10일 저녁 7시)을 편하게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 2013년(네덜란드전 0-5 패배), 2017년(이스라엘전 1-2 패배) 때 1차전에서 패하면서 1라운드 탈락의 굴욕을 당했다. 6년 만에 치러지는 세계야구클래식에서 2009년 준우승팀 한국은 명예 회복을 할 수 있을까. 이강철 대표팀 감독 말대로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도쿄/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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