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김서현(왼쪽)과 문동주. 한화 이글스 제공
“공이 빠른데 제구도 되는 쌍두마차가 나온 것이다.”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주중 3연전(18~20일·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을 방송 중계한 이종열 〈에스비에스스포츠〉 해설위원의 말이다. 그가 언급한 ‘쌍두마차’는 문동주(20)와 김서현(19)이다.
지난 시즌 프로 데뷔한 문동주는 올해 한국 야구 역사를 바꿔놨다. 12일 기아(KIA) 타이거즈와 경기에서 국내 선수로는 사상 최초로 시속 160㎞의 벽을 허물었다. 1회말 1사 후 박찬호를 상대로 시속 160.1㎞(스포츠투아이 PTS 기준)의 공을 던졌다. 속구만 좋은 게 아니다. 커브와 슬라이더도 수준급이다. 기아전까지는 커브를 많이 구사했는데, 개인 최다 투구(98개)를 기록한 18일 두산전에서는 슬라이더를 더 던졌다. 상대에 따라 투구 패턴을 달리하는 영리함을 갖췄다.
문동주의 올 시즌 성적은 3경기 등판, 16⅔이닝 투구에 6피안타 18탈삼진 7사사구 2실점(평균자책점 1.08). 피안타율은 0.109인데 득점권에 있을 때는 0.083으로 더 떨어진다. 심재학 〈엠비시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문동주는 작년과 비교해 슬라이드 스텝도 조금 빨라졌고 중심이동도 좋아졌다. 메모 습관을 보면 성실한 면도 있다”라고 평했다. 한화는 문동주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 19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1군과는 동행한다. 문동주는 지난 시즌 28⅔이닝만 던져 올해 신인왕 자격을 갖추고 있다.
한화에는 또 다른 파이어볼러, 김서현도 있다. 지난해 열린 KBO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지명된 김서현은 19일 1군 데뷔전을 가졌다. 속구 제구를 잡기 위해 2군에서 프로를 시작했다가 이날 경기 전 처음 1군 부름을 받았다. 2군 성적은 5경기 등판 7이닝 투구에 6피안타(1피홈런) 3사사구 1실점. 평균자책점은 1.29였다.
고졸 신인 투수로서는 다소 압박감을 느낄 수 있는 7회초 5-5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지만 김서현은 전혀 떨지 않았다. 호세 로하스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한 뒤 허경민과 이유찬을 연거푸 삼진으로 잡아냈다. 이유찬을 상대로는 시속 157.9㎞의 공을 던졌다. 한화 구단 자체 트랙맨 장비로는 최고 구속이 시속 160㎞까지 찍혔다. 팀 선배 문동주 못지않은 ‘강속구’를 프로 데뷔 무대에서 한껏 뽐낸 것.
김서현은 경기 뒤 “(등판했을 때) 부담이 되기는 했지만 긴장을 즐기고 싶었다. 긴장해서 못 던지는 것보다 자신 있게 던지고 싶었다”고 당차게 말하기도 했다. 심재학 해설위원은 “던질 때 칠 때면 쳐보라 하는 강심장이 있다. 승리조보다는 마무리로 가는 게 더 나을 것 같기도 하다”고 했다.
3년 연속 리그 꼴찌를 하면서 가슴앓이를 심하게 했던 한화. ‘아기 독수리들’인 문동주, 김서현의 힘찬 날갯짓에 모처럼 웃고 있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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