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에디슨 러셀. 키움 히어로즈 제공
KBO리그 외국인선수 영입은 복불복에 가깝다. 연봉 상한선이 100만달러로 정해지면서 이런 경향은 더욱 짙어졌다. 모험과도 같은 영입인데, 시즌 전 기대에 부응하며 사령탑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외국인선수들이 있다. 에디슨 러셀(키움 히어로즈), 오스틴 딘(LG 트윈스·등록명 오스틴), 에릭 페디(NC 다이노스) 등이 그들이다.
러셀은 올 시즌 재평가되고 있다. 2016년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컵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그는 코로나19가 엄혹하던 시기(2020년)에 한국 땅을 처음 밟았으나 실망만 남겼다. 시즌 도중 합류해 65경기에 출전하면서 타율 0.254, 2홈런 31타점의 기록을 남겼다. 내야수로 실책은 12개나 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18경기(26일 현재)를 치르며 타율 0.358, 2홈런 20타점을 기록 중이다. 특히 클러치 능력이 빼어나다. 주자가 없을 때는 타율이 0.182인데 주자가 있을 때는 0.529로 껑충 튄다. 득점권 타율은 무려 0.714에 이른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27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센터라인에 공격, 수비가 능한 선수가 필요했는데 지금까지는 러셀이 잘해주고 있다. 러셀이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유격수)에서 센터라인을 안정되게 가져가 주는 게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러셀은 6타점을 쓸어담은 26일 경기 뒤 인터뷰에서 “2020년과 달리 올해는 스프링캠프부터 잘 준비했고, (KBO리그 경험이 있어서) 투수 공략도 이전보다 나아졌다. 나는 원래 노력하는 선수”라고 밝혔다.
오스틴은 엘지의 외국인타자 잔혹사 사슬을 끊고 있다. 엘지는 최근 몇 년 동안 외국인타자 때문에 속앓이를 단단히 해왔다. 2020시즌에 38홈런을 때려냈던 로베르토 라모스가 2021년 부상으로 팀을 나간 뒤 저스틴 보어(타율 0.170), 리오 루이즈(타율 0.155), 로벨 가르시아(타율 0.206) 등 하나같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오스틴은 26일까지 타율 0.363(80타수 29안타), 2홈런 14타점으로 활약 중이다. 도루도 2차례(3차례 시도) 성공했다. 안방 타율은 0.412로 꽤 높다. 좌타자가 많은 엘지 타선에 ‘귀한’ 오른손 타자이기도 하다. 염경엽 엘지 감독은 “오스틴의 가장 큰 장점은 변화구를 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실패한 외국인타자들의 경우 변화구에 따른 스윙 갭차이가 컸는데 오스틴은 변화구를 잘 본다”면서 “멘탈이나 성격도 굉장히 좋다. KBO리그에서 성공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도 있다”고 했다.
페디는 에이스(드류 루친스키)가 떠난 엔씨(NC)에서 1선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5경기에 등판해 3승1패 평균자책점 0.58(31이닝 2자책)의 짠물투를 선보이고 있다. 탈삼진은 37개. 지난 25일 기아(KIA) 타이거즈와 경기에서 팀 5연패의 사슬을 끊은 이도 페디다.
우완 정통파 투수인 페디는 큰 키(193㎝)에서 내리꽂는 평균 구속 시속 148.2㎞(최고 시속 152.6㎞)의 투심 패스트볼에 커터(평균 구속 시속 141.9㎞), 체인지업(평균 구속 시속 139.4㎞), 커브(평균 구속 시속 130.3㎞·이상 스포츠투아이 공식기록) 등을 골고루 섞어 던지는데 제구가 꽤 안정돼 있다. 엔씨의 또 다른 외국인투수 테일러 와이드너가 허리 통증으로 지금껏 등판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페디의 활약은 팀에 단비와도 같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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