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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욕받이’ 된 강백호를 위한 변명 [김양희의 맛있는 야구]

등록 2023-05-25 16:04수정 2023-05-26 02:33

케이티(kt) 위즈 강백호. 연합뉴스
케이티(kt) 위즈 강백호. 연합뉴스

또 강백호(kt 위즈)다. 그리고, 또 마녀사냥이다. 급기야 공개 사과까지 했다. 경기 중 상황에 대해 선수가 직접 “죄송합니다”라는 글을 남기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강백호는 지난 18일 엘지(LG) 트윈스와 경기에서 우익수로 출전했다가 안이한 송구로 팀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프로 데뷔 뒤 1루수, 지명타자로 많이 출전한 강백호에게 우익수는 익숙하지 않은 자리다. 그런데도 여론은 강백호의 송구 실수 그 이상으로 질책을 가했다. 그에게 새겨진 ‘주홍글씨’ 탓이다.

시발점은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 동메달 결정전 도미니카공화국과 경기 때였다. 당시 강백호는 8회 경기가 역전되는 상황을 더그아웃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너무 긴장해서 껌을 8개 씹고 있었다”는 스물두 살의 그는 거의 넋이 나간 상태로 있었다. 그런데 박찬호 〈KBS〉 야구 해설위원이 “(저런 행동을)하면 안 된다” 식으로 기름을 부으면서 강백호는 순식간에 ‘팀은 지고 있는데 껌만 씹고 있는 선수’로 낙인이 찍혔다. 이후 올림픽 성적 부진의 화살은 전부 강백호에게 꽂혔다. 그의 타율은 올림픽 전후로 0.395에서 0.294로 뚝 떨어졌다. 전체 타격 3위(0.348)로도 미끄러졌다.

지난해에는 부상, 부진으로 2018년 프로 데뷔 뒤 최악의 성적(타율 0.245, 6홈런, OPS 0.683)을 냈다. 올해 절치부심하며 반등을 노렸는데 3월 열린 세계야구클래식(WBC) 때 또 사달이 났다. 중요한 일전이던 호주와 첫 경기에서 4-5로 뒤진 7회 2루타를 치고 출루해 과한 세리머니를 하다가 발이 떨어져 태그아웃됐다. 야구에서는 흔치 않은 ‘세리머니 주루사’였다. 당시 호주 대표팀 2루수 로비 글렌데닝은 과거 다른 경기에서 상대 선수가 세리머니를 할 때 태그아웃을 했던 경험이 있어 당시 강백호의 다리만 쳐다보고 있었다. 강백호는 대회가 끝난 뒤 대표팀 선수들 한 명, 한 명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케이티 위즈 강백호 SNS 갈무리
케이티 위즈 강백호 SNS 갈무리

더그아웃 껌 씹기부터 세리머니 아웃까지. 국제 대회에서 연거푸 안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강백호에게는 안 좋은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가중 처벌을 받았다고나 할까. 이런 상황에서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에서 엉뚱한 플레이가 나왔다. 여론은 더욱 그를 몰아세웠다. 한 야구 전문가는 “팬층이 얕은 팀 소속이어서 더 벼랑 끝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는 것도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강백호는 오프 시즌 때 모교인 부천중 야구부를 찾아가 후배들을 격려하고 밥을 사준다. 중학교 3학년 때 서울 이수중학교로 전학을 갔는데도 옛 학교를 잊지 않고 방문한다. 후배들에게 야구 기술도 알려주는데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고 한다. 이는 프로 선수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강백호는 말투나 행동이 직설적이기는 하지만 야구에 대해서만은 진솔한 선수다. 호주전 세리머니도 착 가라앉은 더그아웃 분위기를 어떻게든 살려보고자 했던 행동이었다. 결과만 놓고 평가할 일은 아니다.

야구 선수(혹은 팀이나 프런트)는 종종 팬들의 스트레스 배설 창구, 욕받이가 된다. 거의 매일 하는 스포츠 종목이라서 더 그런 면이 있다. 물론 가끔은 따끔한 채찍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 채찍이 과하면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또 다른 상처가 생긴다. 그리고, 곪고 곪아서 행동 의지마저 꺾게 만든다. 강백호도 아직은 스물네 살의 청년일 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그 또한 누군가의 ‘꿈’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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