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중에도 항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발탁된 엔씨 다이노스 구창모. 연합뉴스
평균연령 23.24살 야구 대표팀이 항저우에 뜬다. 프로 선수의 대회 참가가 처음 허락된 1998 방콕아시안게임(22.33살) 이후 가장 어리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9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1년 연기돼 치러지는 항저우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투수 12명, 포수 2명, 내야수 7명, 외야수 3명 등 총 24명으로 구성됐는데 25살 이하 21명 선수와 와일드카드 3명(NC 구창모, 롯데 박세웅, 상무 최원준)이 포함됐다. 올 시즌 프로 데뷔한 키움 히어로즈 포수 김동헌과 마산용마고 우완 투수인 장현석이 포함된 것이 눈에 띈다.
류중일 항저우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감독(오른쪽)과 조계현 한국야구위원회(KBO) 전력 강화 위원장과 함께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계현 KBO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정, 투명을 기본으로 대표팀을 선발했다”고 밝혔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굉장히 젊은 선수들로 구성했다”면서 “항저우아시안게임은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대회로 2026 세계야구클래식(WBC)을 위해 초석을 다지는 대회도 될 것이다. 짧은 기간 잘 지도하겠다”고 했다.
이번 대표팀에는 구창모, 곽빈(두산), 김형준(NC) 등 현재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져 있는 선수들도 포함돼 있다. 조계현 위원장은 “자체 조사 결과 부상 정도가 경미하고 3개월 남은 기간 충분하게 협업이 되어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상이 길어질 경우 경기 전날까지도 교체가 가능하다고 해서 뽑았다”고 했다. 구창모, 곽빈은 병역 혜택이 필요한 군 미필 선수다.
이번 대표팀 24명 중 김형준, 이정후(키움), 고우석(LG), 박성한(SSG), 최원준을 제외하고 19명이 군 미필자다. 1998년 방콕 대회 이후 가장 많다. 항저우아시안게임 기간(9월23일~10월8일) KBO리그가 중단되지 않는 터라 군 미필자 위주로 대표팀을 꾸릴 수밖에 없었다. 조계현 위원장은 “리그 경기 때라서 한 팀에서 너무 많은 선수를 차출하는 게 조심스러웠다. 국내 리그를 충분히 염두에 두고 논의했다”고 밝혔다. 류중일 감독은 “어린 선수가 큰 선수가 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기간 리그가 중단되지 않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 선수 구성 문제로 구설에 오른 뒤 규정이 바뀌었다.
대표팀 포수 명단에 김형준, 김동헌 등 낯선 이름이 들어간 것도 ‘리그 중단 없음’과 무관치 않다. 한창 리그 막판 순위 경쟁을 할 때라서 10개 구단 주전 포수들이 대표팀에 합류할 수가 없다. 와일드카드로조차 발탁할 수 없던 이유다. 조계현 위원장은 “포수가 가장 고민이 많았다”면서 “25살 미만으로 하다 보니 경험 많은 선수가 많지 않았다. 김형준은 충분한 활약으로 검증됐고, 김동헌은 아직 어리지만 3년 뒤 WBC까지 본다면 육성 차원에서 키워보자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동헌은 2006년 방콕 대회 류현진 이후 처음으로 신인 선수로는 대표팀에 승선했다.
현재 상무에서도 부진(타율 0.214)한 최원준이 대표팀에 뽑힌 것도 팀 주전 외야수 차출이 어려웠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대표팀에는 최원준을 비롯해 강백호(kt), 김지찬(삼성) 등 내, 외야 수비가 모두 가능한 선수들이 여럿 선정됐다.
시즌 성적이 좋지 않은 사이드암 투수 정우영(LG)의 경우는 현재 성적이 좋은 신인 박명근(LG)과 비교했을 때 경험치와 속구 구속에서 더 점수를 얻었다. 아마추어에서 유일하게 발탁된 장현석은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발탁”됐는데 “구위, 속도, 경기 운용에서 많은 점수를 받았다”고 했다. 장현석은 현재 고교야구에서 시속 155㎞ 안팎의 강속구를 뿌리는 드래프트 0순위 선수다. 아마추어 선수가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뽑힌 것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때 홍성무(당시 동의대·현재 은퇴) 이후 처음이다.
한편, 한국 야구는 프로 선수의 대회 참가가 허용된 1998년 방콕 대회 이후 2006년 도하 대회(동메달) 때를 제외하고 전부 아시안게임 우승을 차지했다. 류중일 감독 또한 “목표는 금메달”이라고 했다. 대표팀은 9월 소집돼 국내 훈련을 마친 뒤 중국 항저우로 출국해 10월1일부터 7일까지 대회를 치른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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