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이정후(왼쪽에서 셋째)가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엘지(LG) 트윈스와 경기에서 9회초 시작에 앞서 아버지인 엘지 이종범 작전, 주루 코치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구계에서는 “○○○ 걱정은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말이 통용된다. 어느 정도 검증이 끝난 선수는 한때 부진해도 기어이 제자리를 찾아간다는 말이다. 이정후(키움 히어로즈) 걱정도 그랬다. 4월 개막 이후 한때 1할 타율에도 못 미치는 데뷔 이후 최악의 부진을 겪었지만 어느새 3할 타율 고지로 올라섰다.
이정후는 11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케이티(kt) 위즈 전에서 4타수 4안타 2볼넷으로 100% 출루하며 시즌 타율이 0.304(230타수 70안타)가 됐다. 4월의 부진(타율 0.218)을 거쳐 5월에 반등 기미(타율 0.305)를 보이더니 6월에는 현재까지 5할 맹타(38타수 19안타)를 휘두르고 있다. 시즌 출루율(0.393)도 덩달아 올라서 4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정후의 통산 타율은 0.339, 출루율은 0.406으로 올 시즌 초반 성적이 아주 낯설기만 했다.
이정후는 현재 최다 안타에서는 팀 동료 김혜성(72개), 오스틴(71개·LG)에 이어 공동 3위에 올라 있다. 지난해 타격 5관왕에 올랐던 ‘타격 천재’로서의 면모를 되찾아가고 있는 셈.
이정후는 11일 경기 뒤 〈연합뉴스〉 등과의 인터뷰에서 “동료들이 ‘이번에 치면 3할이다'라고 말해줘서 알았는데 별로 의식되지는 않았다. 시즌은 많이 남아있고 언젠가 지나쳤을 타율이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진 않다”고 밝혔다. 그는 이후 “한 달 반 정도 못 했던 것을 만회하려면 석 달은 더 잘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정후는 방망이가 너무 안 맞았을 때 슬럼프 탈출을 위해 사우나에서 몸에 소금을 뿌려보기도 하고, 어머니가 성당에서 받아온 성수를 타석에서 뿌리기도 했다. 너무나 간절하게 옛 폼을 찾고 싶었던 것. 이정후는 “어머니가 저 때문에 새벽 기도도 다니시고 생활 패턴이 저에게 맞춰져 있다시피 했다. 어머니의 헌신이 아니었다면 빨리 반등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어머니에게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이정후는 지난 8일 고척 엘지(LG) 트윈스와 경기 때는 아버지의 이종범 엘지 작전·주루 코치와 장난스레 얘기를 주고받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6월 들어 타격감이 살아나면서 마음의 짐을 덜어 한결 여유가 생긴 모습이었다. 이정후는 현재 9월 열리는 항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에도 선발된 상태다. 올 시즌 뒤에는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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