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장재영이 5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엔씨(NC) 다이노스와 경기에서 데뷔 첫 승리 투수가 된 뒤 동료들로부터 축하 물세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계약금 9억원. 네이밍 마케팅을 하는 키움 히어로즈 구단이 통 크게 쓴 신인 계약금으로, 역대 프로야구 2위에 해당하는 액수였다. 덕수고 1학년 때 이미 시속 150㎞ 이상의 공을 던졌고 3학년 때는 최고 시속 157㎞까지 찍었다. ‘괴물 투수’로 불리며 메이저리그에서도 주목하던 그였다. 하지만 프로에서는 기대치에 못 미쳤다. 들쭉날쭉한 제구가 문제였다. 2021년 19경기(17⅔이닝 투구) 1패 평균자책점 9.17, 2022년 14경기(14이닝 투구) 평균자책점 7.71.
키움 히어로즈 장재영이 5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엔씨(NC) 다이노스와 경기에서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연합뉴스
절치부심하면서 지난 겨울에는 호주리그에 참가해 투타를 겸업했다. 투구 밸런스를 찾고 자신감을 되찾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그의 노력이 무색하게 시즌 초반에는 또 다시 실망만 안겨줬다. 4월 2경기 선발 등판에서 6⅓이닝 동안 9자책점을 기록했다.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이 무려 2.84에 이르렀다.
2군에서 다시금 가다듬었다. 6월 1군에 다시 올라온 그는 달라져 있었다. 4차례 등판해서 평균자책점 1.88(14⅓이닝 3자책)을 기록했다. 그리고, 7월 첫 등판이던 5일 고척 엔씨(NC) 다이노스전에서 5⅓이닝 2피안타 4볼넷 7탈삼진 무실점 투구로 승리투수가 됐다. 프로 데뷔 3시즌 40경기 만에 장재영(21)이 거둔 승리였다. 그가 이날 기록한 투구수(92개)와 탈삼진 모두 개인 최다 기록이었다.
데뷔 첫 승리투수(키움 2-0 승)로 확정된 뒤 팀 동료들로부터 축하 물세례를 받은 장재영은 “너무 오래 걸렸어도 첫 승리를 해서 기분이 좋다. 이제야 팀에 도움이 된 거 같아서 마음이 후련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꼭 (안)우진이 형과 1, 2선발을 하고 싶다. 우진이 형만큼 잘 던질 공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더 열심히 준비해서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나중에 우진이 형이랑 같이 우승에 힘을 보태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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