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얼추 2년 전이다. 202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롯데 자이언츠는 2차 9라운드로 김서진을 지목했다. 의외의 선택이었다.
김서진은 제도권 내에서 야구를 배워본 적이 없었다. 야구 관련 유튜브를 보고 레슨장에서 기술 등을 습득했을 뿐이었다. 김서진에 앞서 비 선수 출신으로 프로에 지명된 한선태(전 LG 트윈스)가 있었지만 김서진의 이력은 더 독특했다. 그는 홈스쿨로 초, 중, 고교를 졸업했다. 단체 생활 경험 자체가 없었다. 성민규 롯데 단장은 당시 김서진을 발탁한 이유에 대해 “또래보다 순발력, 파워, 센스 등 운동신경은 더 낫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김서진은 고교 2학년 나이에 검정고시를 통과한 터라 또래보다 1년 앞서 프로에 입단했다.
지난해 프로 첫 시즌에는 역시나 수비에서 고전했다. 그라운드에서 뛰어본 게 손에 꼽을 정도라 수비 포메이션 등에 대해 알 리가 없었다. 김서진은 독립야구단에서 고작 몇 경기 뛰어봤을 뿐이었다. 김서진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프로에서 제일 어려웠던 게 수비였다.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백업 수비 등을 안 해봐서 경기 상황에서 백업을 못 가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기도 했다”고 밝혔다. 코칭스태프나 팀 선배들은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이런 김서진을 이해해줬다. 이후 협업 플레이 등을 차근차근 배우며 성장해나갔다. 김서진은 “팀에서 완전 막내라서 선배들이 잘 챙겨줬다”고 했다.
타석에서는 여느 고졸 신인처럼 변화구 대처 능력이 부족했다. 헛스윙 비율을 줄이는 게 숙제가 됐다. 다행히 시즌 뒤 호주리그에 갈 기회를 얻었고 호주리그서 상대 투수의 좋은 공, 빠른 공을 많이 접해보니 조금씩 나아지는 것을 느꼈다. 김서진은 “하나하나 배워가는 게 좋았다. 많이 느끼고 많이 배웠다”고 했다. 자신감을 얻은 게 가장 큰 수확이었다.
올해는 지난 5월4일 엔씨(NC) 다이노스와 퓨처스리그 경기 도중 어깨를 다쳐서 몇 주간 재활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입대다. 2004년생으로 아직은 19살에 불과하지만 군 문제를 해결하고 본격적으로 프로 생활을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게 구단과 개인의 판단이다. 상무에 지원했지만 떨어졌고 8월14일 현역 입대가 최근 결정됐다. 김서진은 “형들이 군대에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말해줬다. 절대 튀는 행동 하지 말고 웨이트 트레이닝 등을 열심히 하라고 했다”며 웃었다.
어릴 적부터 언어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김서진은 지금도 저녁이면 중국어, 영어 공부를 이어간다. 스페인어도 가능해서 지금은 퇴출당한 외국인 타자 잭 렉스가 2군에 왔을 때 스페인어, 영어로 대화하기도 했다. 프로 입단 뒤 김서진의 2군 통산 성적은 81경기 출전, 타율 0.249(213타수 53안타) 2홈런 20타점 6도루. 아쉬움이 많이 남는 성적이지만 스스로는 “목표의 30~40% 채워졌다”고 생각한다.
독학으로 야구를 배웠고, 깜짝 프로 지명 뒤에는 팀에 도움이 되는 ‘거인’이 되고 싶었던 김서진의 간절한 꿈은 잠시 멈춘다. 국방의 의무를 마쳐도 그의 나이는 고작 21살. 힘차게 솟구쳐 오르기 위해 잠시 숨 고르기를 하는 것이라고 믿으며 야구 유니폼을 접는 그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