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의 채은성이 1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올스타전 컴투스 프로야구 홈런 레이스에서 타격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바람을 뚫고 은색별이 밤하늘을 갈랐다. 채은성(한화 이글스)이 첫 홈런레이스에서 우승했다.
채은성은 1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 올스타전 컴투스프로야구 홈런레이스에 네번째 타자로 출전해 홈런 5개로 1위를 차지했다. 전 소속팀 엘지(LG) 트윈스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절친 유강남(롯데 자이언츠)과 합을 맞춘 채은성은 3아웃에서 왼쪽 파울 라인에 바짝 붙인 첫 홈런을 시작으로 연속 3번의 아치를 그렸고, 두 차례 더 좌측 담장을 넘겼다. 첫 출전에 첫 우승이다.
이번 홈런레이스에는 여러 악조건이 겹쳤다. 10아웃제로 진행됐던
지난 시즌 대회보다 기회가 줄어 7아웃제로 치러졌고, 장소도 사직야구장이었다. 사직야구장은 지난해 초 확장 공사를 통해 외야는 넓히고 담장은 높인 ‘투수 친화적’ 구장으로 변모했다. 특히 9개 구장 중 가장 높았던 담장은 4.8m에서 6m로 증축돼 ‘성담장’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후 경기당 홈런은 1.71개(2021년)에서 1.09개(2022년)로 줄었다.
설상가상, 저녁 무렵 잠시 잦아들던 비바람까지 거세지면서 타자들은 삼중고에 놓였다. 첫 순서로 나선 오스틴 딘(엘지)은 1홈런에 그쳤고, 이어 타석에 선 올 시즌 전반기 홈런 1위(19개)의 ‘영건’ 노시환은 단 한 개의 홈런도 넘기지 못했다. 사직이 안방인 한동희(롯데) 역시 0홈런을 기록, 무자비한 성담장 앞에 가로막혔다. 박동원(엘지)이 3개를 때렸고, 2년 연속 출전한 박병호(케이티 위즈)가 4개로 분전했다.
야구 팬들이 1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퓨처스 올스타전을 지켜보면서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초반 페이스가 매서웠던 박병호를 지켜보며 “(나는) 턱도 없겠다 생각했다”던 채은성은 우승 뒤 방송 인터뷰에서 “우승 욕심이 없었는데 (유)강남이 형이 워낙 잘 던져줬다”라고 했다. 이어서 “전반기 시즌을 마무리하고 집에서 쉬는데 강남이 형이 먼저 전화해서 던져주겠다고 했다”라고 의기투합 비화를 털어놨다. 유강남은 채은성의 첫 홈런 물꼬가 트이자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세리머니를 하기도 했다.
아울러 채은성은 “올스타전 첫 출전이라 원래 쓰던 배트 업체에서 특별히 제작한 배트를 받았다. 좋은 기운을 받고 싶어서 금색으로 해달라고 했다. (이름에 ‘은’자가 있지만) 은보다는 금이 좋으니까”라고 했다. 첫 홈런레이스에서 우승한 채은성은 상금 500만원을 받았고, 박동원과 함께 최고 비거리상(130m)도 받았다. 비거리상 수상자에게는 삼성 갤럭시탭S8이 주어진다. 준우승한 박병호는 100만원을 받았다.
한편, 홈런레이스에 앞서 진행된 2023 퓨처스 올스타전에서는 화끈한 타격전 끝에 북부 올스타가 남부 올스타를 9-7로 이겼다. 북부 팀 4번 지명타자로 출전한 김범석(LG 트윈스)은 4타수 2안타 1홈런 4타점로 활약해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올해 드래프트 엘지의 1라운드 지명자인 김범석은 이날 5회 역전 3점 홈런을 비롯해 7회 승부의 쐐기를 박는 적시타까지 터뜨리며 차기 거포의 자질을 뽐냈다.
엘지 김범석(가운데·북부)이 1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퓨처스 올스타전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MVP)에 뽑혀 허구연 케이비오 총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범석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 부산에서 자라서 이곳에서 뛰는 감회가 새로웠다”며 “많은 팬 앞에서 경기를 하니 응원 소리가 좋다. 빨리 1군에 올라가서 팬들 앞에서 야구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서 우수투수상은 서상준(북부·SSG 랜더스), 우수타자상은 김병준(남부·kt위즈), 감투상은 구본혁(남부·상무)이 받았다. 이날 사직야구장에는 궂은 날씨에도 1만32명의 팬이 모여 금요일 밤을 즐겼다.
부산/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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