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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타자는 왜 ‘그’를 때리고 싶었을까 [김양희의 맛있는 야구]

등록 2023-07-18 14:00수정 2023-07-19 09:35

엔씨(NC) 다이노스 강인권 감독(왼쪽)과 박건우. 연합뉴스
엔씨(NC) 다이노스 강인권 감독(왼쪽)과 박건우. 연합뉴스

팀 주요 선수의 2군행은 많은 관심을 끈다. 별다르게 아픈 곳이 없다면 더 그렇다. 내부 불화설이 나오고 트레이드설로까지 번진다. 엔씨(NC) 다이노스 박건우 또한 그랬다.

박건우는 지난 2일 수원 케이티 위즈와 경기가 끝난 뒤 2군으로 내려갔다. 경기 중 부상을 당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다만 1점 차로 뒤지고 있던 8회 선수 스스로 교체를 요구했다. 연패 탈출이 급한 1점차 뒤진 상황에서 주축 선수가 경기에 빠지겠다고 했으니 코칭스태프로서는 달가울 리 없다. 강인권 엔씨 감독은 박건우와의 추가 면담 없이 곧바로 2군행을 지시했다. 수석코치를 통한 몇 차례 경고가 있었는데 인내에 한계가 왔다.

비단 박건우만의 일은 아니다. 박건우처럼 ‘개인을 위한 야구’를 하는 선수는 꽤 있다. 상대 팀이 에이스급 투수를 내세우면 아프다면서 선발 라인업에서 빼달라는 선수가 있다. 보통은 꺼려지던 투수가 마운드에서 내려가면 대타로 나온다. 팀이 크게 앞서고 있으면 경기 후반 경험이 필요한 후배 선수에게 타석을 양보할 만도 한데 기어이 타석을 고집하는 선수도 있다. 이미 백기를 든 상대 팀이 약한 투수를 내보내기 때문이다. 팀의 가을야구 탈락이 결정된 뒤에야 집중력을 발휘해 개인 성적을 끌어올리는 선수 또한 있다. 이런 행위는 자유계약(FA)을 앞둔 선수거나 계약 옵션이 꽤 되는 선수에게 자주 나타난다. 다분히 계산적이고, 다분히 속 보이는 행동이다. 오죽 심하면 외국인 타자가 “한 대 때려주고 싶다”라고 말하는 선수까지 있을까.

야구 선수는 크고 작은 부상을 달고 사는지라 “아프다”라고 하면 코칭스태프로서는 도리가 없다. 그러나 개인주의적 행동이 팀 분위기까지 해치는 단계에 이르면 지휘권을 발동할 수밖에 없다. 자칫 선수 한 명에게 끌려가는 것처럼 비쳐 팀 근간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읍참마속과도 같은 사령탑의 결정으로 팀 성적은 잠시 휘청일 수 있겠으나 크게 보면 강인권 감독의 말처럼 ‘원팀’으로 가는 과정이 될 수도 있다. 일종의 경고로 작용도 한다. FA 몸값을 결정하는 것은 팀 성적이 아닌 개인 성적인 탓에 개인주의적 행동을 하는 선수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 성적이 팀 성적으로 이어지면 좋겠지만 야구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선수층이 얕은 리그 상황에서 선수 몸값이 나날이 치솟으면서 야구계에서는 ‘선수권력’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구단이나 감독, 코치가 되레 선수의 눈치를 보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코치의 말을 아예 무시하고 개별 행동을 하는 선수도 있다. 현재 시한폭탄과도 같다는 모 구단은 단장권력, 감독권력, 선수권력으로 나뉘어 있다는 얘기까지 있다. 공통의 목표가 있어서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고 있을 뿐이다. 6월에 있던 롯데 자이언츠 내부 불화설도 팀 성적이 나빠진 순간 밖으로 표출됐다. 권력의 트라이앵글은 흔들리기 쉽고 무너지기 쉽다. 이를 지탱하는 것은 소통과 양보뿐이다.

한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EPL)를 이끌었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고 했다. 팀을 위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아파도 뛰라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적어도 눈에 보이는 계산적인 행동으로 ‘팀보다 나’를 앞세우지는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야구계에 어떤 선수로 기억될지 생각해보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야구는 개인 스포츠가 아니라, 팀 스포츠이다.

박건우는 최근 1군에 합류해 21일 한화 이글스전부터 다시 팀 공격을 이끌게 된다. 강 감독의 채찍이 통했을지는 그의 향후 행동이 말해줄 것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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