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키움 히어로즈에서 엘지(LG) 트윈스로 트레이드 된 최원태. 엘지 트윈스 제공.
“혈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최원태를 품은 염경엽 엘지(LG) 트윈스 감독의 말이다. 그럴 만하다. 1994년 이후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엘지의 약점은 빈약한 국내 선발진이었기 때문이다. 최원태는 국내 투수 중 안우진(4.83·키움 히어로즈), 고영표(3.60·KT 위즈)에 이어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KBO 스포츠투아이 기준) 전체 3위(2.31) 선수다. 엘지 국내 선발 투수 중 WAR이 가장 높은 선수는 임찬규(1.37·전체 27위)다. 기대를 모았던 김윤식(23)의 WAR은 0.20. 이민호(21)는 아예 마이너스(-0.03)다. 염 감독의 말처럼 최원태는 엘지의 꽉 막힌 혈을 뚫어줄 수 있는 26살의 젊은 선발 투수다.
엘지는 최원태를 얻기 위해 야수 이주형(22)과 투수 김동규(19), 그리고 올해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키움에 내줬다. 우투좌타의 이주형은 군 복무를 마친 내, 외야 수비 전부 가능한 선수이고, 김동규는 지난해 2라운드 전체 18순위로 뽑은 고졸 신인 투수다. 올해 드래프트에 나오는 고교 3학년 선수 중에는 우수한 자원이 많아서 선택지가 꽤 있었다. 그런데도 엘지는 ‘윈나우’를 위해 미래 자원을 내줬다. 그만큼 절실했다.
6월26일부터 한 달 넘게 리그 1위를 질주 중인 엘지는 투타 균형 속에 팀 평균자책점(3.66), 팀 타율(0.284·이상 29일 현재)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선발 평균자책점은 6위(4.08)에 불과하다. 리그 1위 불펜진(평균자책점 3.27)과 방망이 화력으로 버티고 있으나 포스트시즌에서는 무엇보다 선발 투수 역할이 중요하다. 케이시 켈리(7승6패 평균자책점 4.53)가 부침을 겪는 가운데 안정적인 선발 자원은 애덤 플럿코(11승2패 평균자책점 2.33), 임찬규(6승2패 평균자책점 3.35) 뿐이었다. 엘지가 시즌 중반부터 복수의 여러 구단과 트레이드를 추진해왔던 이유다. 엘지는 한때 비수도권 구단과 외국인 투수 간 트레이드까지 고려했었다.
불펜 자원이었던 이정용까지 선발로 쓰는 상황에서 키움이 최근 일련의 상황 때문에 구단 운용 기조를 바꾸며 트레이드 마감시한(31일)을 앞둔 29일 엘지는 극적으로 최고의 선발 투수를 얻게 됐다. 최원태는 이적 후 첫 선발 등판인 30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이전까지 올 시즌 6승4패 평균자책점 3.25를 기록중이었다.
작년 한국시리즈 준우승팀 키움은 지난 겨울 원종현, 이형종 등 자유계약(FA) 선수를 영입하면서 우승을 향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었다. 하지만 원종현이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고, 중심 타자 이정후마저 발목 수술로 더이상 경기 출장이 어렵게 되면서 순위가 하위권으로 곤두박질쳤다. 이정후는 시즌 뒤 메이저리그 진출도 선언한 터라 이정후의 대체자도 필요한 키움이었다.
고형욱 키움 단장은 트레이드 직후 “우리 구단은 2022시즌이 끝난 후 정상 정복을 위해 나름대로 전력 강화를 준비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시즌 중반을 넘어선 가운데 조금 더 냉정을 찾고 구단의 현재 전력상 약한 부분 보강과 미래 전력 강화를 심각하게 고민한 끝에 이번 트레이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원태는 2024시즌 뒤 FA자격을 획득하는 터라 미리 조처했다고 볼 수 있다.
키움은 앞서 기아(KIA) 타이거즈, 삼성 라이온즈 등과 트레이드를 하면서 신인 드래프트 2, 3라운드 지명권을 받은 바 있다. 9월 열리는 신인드래프트에서 3라운드까지 총 6명의 선수를 지명할 수 있게 된다. 선수 육성에 자신 있는 키움은 2~3년 동안 리빌딩 기조를 이어간 뒤 다시 한 번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