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SPOTV) 중계 부스에서 KBO리그를 영어 중계하고 있는 제이슨 리. 본인 제공
KBO리그를 영어로 중계한다고? 국내 팬들에게는 낯설 수 있지만 영어로 KBO리그 경기를 중계하는 이가 있다. 캐나다 교포 제이슨 리다.
그는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에 방송되는 ‘스포티비’(SPOTV) 아시아 채널을 통해 화요일, 수요일 두 차례 KBO리그를 생중계한다. 해설자 없이 ‘스포티비’ 중계 화면을 보면서 혼자 3시간가량을 방송한다. 1인2역을 하는 셈이다. 최근 ‘한겨레신문’과 만난 제이슨 리는 “생방송 전에 뉴스를 통해 중계팀들의 정보를 얻는데 한글 기사라서 50~80% 정도만 이해된다. 그래도 중계 관련 팀들 최근 상황을 최대한 많이 알려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제이슨 리는 부산에서 태어났지만 어릴 적 가족이 캐나다 밴쿠버에 이민을 가면서 캐나다에서 자랐다. 스포츠에 관심이 많아서 학창 시절에는 레슬링 선수로도 5년 간 뛰었다. 그는 “레슬링은 머리싸움이 치열하다. 상대의 기술, 작전을 파고드는 게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 작전의 묘미가 있는 야구와 비슷한 점이 있다”면서 “중계를 하면서 인간적인 접근을 많이 하는데 ‘번트를 할까, 강공을 할까’ 예측하고는 한다. 레슬링처럼 고도의 심리 싸움이 오가기 때문”이라고 했다.
야구의 재미는 1990년대 초반 메이저리그 판타지베이스볼(가상 야구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면서 더욱 빠져들었다.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하지만 당시에는 주마다 결과를 우편물로 받아봐야 했다. 최근 선수 명단에 조원빈(2022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50만달러 계약)을 넣었는데 몇 년 뒤 메이저리그에 올라올 것 같단다.
그는 캐나다의 ‘밴쿠버TV’, 지역 라디오방송 등에서 7년간 스포츠 캐스터, 리포터로 있었다. 캐나다 최초 아시아인 스포츠 캐스터이기도 했다. 국외 방송국에서 일했던 경험은 그의 최고 무기다. 국내에서는 아리랑TV에서 방송을 오래 했고, 부산영어방송(BeFM), 광주영어방송(GFN) 등에서 롯데 자이언츠, 기아(KIA) 타이거즈 중계를 했다. KBO리그를 중계하면서 그는 미국식으로 방송한다. 홈런 등이 나와서 샤우팅이 필요할 때는 해주고, 현장 모습 그대로가 필요할 때는 몇 초간 침묵도 유지한다. 그는 “한국 캐스터들보다 샤우팅은 더 많이 하는 편”이라며 웃었다.
제이슨 리가 제일 좋아하는 KBO리그 선수는 이정후(키움 히어로즈)다. 이정후는 올 시즌 뒤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터. 그는 “이정후가 앞으로 엠엘비의 KBO 얼굴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국외에 한국 야구를 알린다는 자부심이 있다. 동남아시아 현지에서 방송을 본 사람들의 피드백을 알 수 없어서 아쉽기는 하다. 한국시리즈 전부를 영어로 생중계하고 싶다는 바람도 있다. 제이슨 리에게 야구는 수학 같다. 치밀한 계산 끝에 정답을 찾아내야만 한다. 그래서 야구 중계도 수학처럼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언어로 야구라는 스포츠를 전달하지만 야구를 잘 모르는 곳에 야구의 본질은 제대로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그였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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