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올 시즌 시작 전부터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입찰)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던 그에게 관심을 보이는 구단들만 두자릿수라는 얘기까지 있다.
이정후의 대리인을 맡고 있는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는 9일(한국시각)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메이저리그 절반 가까운 구단이 이정후와 관련해 문의해왔다. 이정후는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레드삭스)처럼 수비력과 파워를 겸비한 선수이고 중견수로서 이점도 있다”고 밝혔다.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펄로스에서 활약하던 외야수 요시다는 지난해 12월 보스턴과 5년 9000만달러 계약을 했다. 당시 포스팅 비용은 1547만5000달러였다. 이정후는 요시다보다 5살 어리다. 보라스는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 K팝 같은 열풍을 일으킬 것 같다”고 했다.
구체적인 예상 몸값도 나왔다. 시비에스(CBS)스포츠는 이날 “이정후는 올해 25살로 젊기 때문에 지금부터 전성기를 펼칠 수 있다. 4년 뒤 옵트아웃(기존 계약을 파기하고 다시 FA를 선언할 수 있는 권리)이 포함된 6년 총액 9000만달러(1180억원) 계약(연 평균 1500만달러·197억원)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총액만 놓고 보면 앞서 KBO리그를 거쳐 포스팅 시스템으로 빅리그에 진출한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보다 많다. 류현진은 2012년 말 엘에이(LA) 다저스와 6년 3600만달러, 올해 골드글러브 유틸리티 부문 수상자인 김하성은 2020시즌이 끝난 뒤 4+1년 최대 3900만달러(보장 2800만달러)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했다. 당시 포스팅 비용은 500만달러였다.
디애슬레틱의 경우는 이정후의 몸값을 4년 5600만달러(734억원) 정도로 예상한다. 연 평균으로 하면 1400만달러(183억원) 수준. 계약기간 차이만 있을 뿐 시비에스스포츠의 예상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이정후에게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곳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다. 피트 프텔러 샌프란시스코 단장이 지난 10월 직접 국내로 와서 이정후의 경기를 관전할 정도였다. 시비에스스포츠는 “이정후는 중견수로서 수비 능력도 좋고 타격 능력도 괜찮아서 샌프란시스코 안방 구장인 오라클파크에 잘 맞을 것”이라고 했다.
정규리그가 끝난 뒤 ‘결정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이정후는 “어느 팀을 가든 나 하기에 달렸을 뿐이다. 빨리 적응해서 리그에 잘 녹아드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엠엘비닷컴은 “이정후의 가장 큰 강점은 어린 나이다. 다만 빅리그 투수들의 빠른 공에 빨리 적응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월드시리즈를 끝낸 메이저리그는 현재 스토브리그 군불을 떼고 있으며 아직까지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다. 이정후에 대한 신분조회도 한국시리즈가 끝나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리그에서 신분조회가 오면 야구위(KBO)는 구단에 이를 통보하고 구단이 수락하면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30개 구단에 이를 통보하고 포스팅 절차를 밟게 된다. 키움 관계자는 “포스팅 준비는 이미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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