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홈런왕 오사다하루(王貞治)가 지켜보면 힘이 솟는가?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4번 타자 이승엽이 16일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와의 경기에서 3-3 동점이던 7회 승리를 결정짓는 2점 홈런을 터뜨렸다. 1사 1루에서 소프트뱅크의 두번째 투수인 미세 고지의 2구를 때려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통쾌한 ‘대포’를 작렬시켰다. 시즌 9호 홈런에 27타점, 31득점. 이승엽의 홈런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오사다하루 소프트뱅크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터져 더욱 값졌다. 요미우리는 이승엽의 홈런 뒤 맞은 8회에 2점을 더 보태 7-3으로 달아나며 3연패 수렁에서 벗어났다.
1회말 2사 2루에서 첫 타석에 들어선 이승엽은 1루 강습타구가 상대실책과 연결돼 살아나가면서 팀 선제 득점을 올리는 기폭제 구실을 했다. 두번째 타석에선 삼진으로 물러나갔고, 5회 세번째 타석에서는 끈질긴 대결을 펼치다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앞서가다가 3-3 동점을 내준 요미우리는 7회말 다급한 상황이었고, 이승엽은 중심타자답게 7회말 바뀐 투수 미세 고지와의 첫 대결에서 극적인 홈런포로 팬들을 열광시켰다. 지난달 21일 한신전 11회말 끝내기 2점포와 비슷한 궤적을 그린 천금의 결승 홈런포였다. 이승엽은 8회말 삼진을 당해 4타수 1안타로 타율 0.290을 기록했다. 9회 수비 때는 몸을 던지는 호수비로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이승엽은 “최근 팀에 기여하지 못했는데 역전 홈런을 쳐 기분이 좋다. 안타라고 생각하고 쳤는 데 홈런이 됐다”며 활짝 웃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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