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포 삼성, 주포 부상 불구 ‘스몰볼’ 본궤도
‘라이언 킹’ 이승엽, ‘헐크’ 이만수…. 삼성 라이온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설령 지더라도 화끈한 홈런으로 팬들을 기쁘게 하는 ‘거포군단’이었다. 팀 통산 홈런 2위인 기아(2605개·해태시절 포함)를 훨씬 넘어서는 개수(2986개)가 이를 증명한다. 안방으로 쓰는 대구구장의 ‘아담한’ 크기와 외야 쪽으로 부는 바람이 홈런 생산의 이점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 전체 일정의 약 30% 정도를 소화한 23일 현재 ‘묵직했던’ 삼성의 이미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팀 전체 홈런이 19개로 전통적인 ‘소총부대’ 롯데(20개)보다 뒤처져 있다. 그나마 시즌 초 신들린 듯한 방망이를 휘두르는 양준혁(7개)의 활약 덕분에 기아(16개)와 두산(12개)에 앞서 있다.
외국인 선수를 모두 투수로 보충했고, ‘연봉 킹’ 심정수마저 어깨 부상으로 이번 시즌 출장이 불투명한 삼성에게 ‘스몰야구’(기동력과 조직력 중심의 야구)로의 변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지도 모른다.
선동열 감독은 지난해 삼성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 “지키는 야구를 뿌리내리겠다”고 공언했고, 결과는 성공이었다. 권오준 오승환으로 이어지는 마무리를 강화한 삼성은 지난 시즌 111개의 팀 홈런(4위)을 때리고도 페넌트레이스 1위와 한국시리즈 챔피언을 차지했다. 132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2위에 오른 2004년도에 비해 안방 관중도 84%나 늘어났다. 팬들도 불시의 홈런포보다는 아기자기한 승리를 더 좋아한다는 얘기다.
‘작지만 강한 야구’로의 변신은 올시즌에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기존의 권-오 ‘필승카드’에 오상민까지 가세해 팀 홀드 1위(18홀드), 15세이브를 올리고 있다. 팀 도루 2위(28개)에서 보듯 ‘굼뜬 사자들’이라는 이미지도 이젠 옛 얘기가 돼 버렸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