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삼성에 강한 기아의 자신감
기아의 김종국은 지금도 지난해 4월30일 대구 삼성전을 잊지 못한다. 전날에 이어 2일 연속 연장으로 접어든 10회초, 기아는 심재학의 안타로 5-4로 앞서갔다. 승리를 코앞에 둔 10회말 2사 2루, 양준혁이 타석에 들어섰다. 2루수 김종국은 양준혁의 평범한 땅볼을 악송구했고, 이 사이 2루 주자 강동우가 홈을 밟았다. 이어 심정수에게 끝내기 안타를 내주며, 기아는 역전패했다. 역전의 빌미를 만들어준 김종국은 경기 뒤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기아는 2005년 초반 삼성에게 9연패의 굴욕도 겪었다.
그런 기아가 올 들어 확 달라졌다. 지난해엔 삼성에게 3승15패로 일방적으로 몰렸지만 올 시즌엔 삼성만 만나면 힘이 솟는다. 7개 구단 중 유일하게 선두 삼성을 상대로 우위(6승4패2무)에 있다.
지난 해 처음 꼴찌로 떨어졌던 전력을 크게 보강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여기에 선수들의 투지가 더해졌다. 기아 관계자는 “지난해 삼성에 아쉽게 패한 경기를 기억하는 선수들이 많다”면서 “집중력 부족으로 졌다고 생각한 선수들이 서로 격려하며 삼성전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뜨거운 지역 대결 분위기는 옅어졌지만, ‘삼성에 밀릴 게 없다’는 팀 안의 독특한 분위기도 빼놓을 수 없다. 김용수 〈한국방송 스카이〉 해설위원은 “특정 팀에 유독 강한 면모를 전력의 상승만으로 설명하긴 어렵다”며 “승리를 거듭하면서 긴장감이 자신감으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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