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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필진] 이승엽(李承燁)과 가네모토(金本智憲)

등록 2006-08-02 14:19

단군의 핏줄을 함께 물려받은 두 `영웅'이 일본 언론에 대서특필된 2006년 8월 1일의 하루였습니다.

주인공은 한일프로통산 400홈런을 달성한 자랑스런 대한의 아들 이승엽 선수와 재일동포 3세로서 한민족의 자긍심을 지닌 채 일본프로야구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맏형 선수로 활약하는 가네모토 도모아키입니다.

먼저 언론에 이름을 올린 이는 가네모토였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그는 올해 38살의 베테랑 선수입니다. 고령에 속한다고 할수 있죠. <산케이스포츠>는 `가네모토가 50살까지 선수로 뛸수 있다'며 그의 신체연령에 대한 기사를 실었지요. 혈관과 근육 등이 20~30대 초반 나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의사 등 전문가들의 건강검진 결과를 인용하면서 말이죠. 교토의대 교수진 등은 혈관상태를 23살이라고까지 발표했나 봅니다. 하지만 더 이상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연합뉴스>를 통해 이 소식은 더 국내에도 널리 퍼졌지만, 왜 이런 내용이 보도됐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설명이 없는 것 같네요.

우선 그 얘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우선 8월1일, 그러니까 요미우리와 한신의 주중 3연전 첫 경기가 이승엽 선수의 1회말 선제 2점포(시즌 32호, 일본 76호, 한일통산 400호)와 승부를 4-2로 결정짓는 9회말 2사 1루에 터진 이승엽 선수의 끝내기 2점포(시즌 33호, 일본 77호, 한일통산 401호)로 결말이 났죠. 그런데 한신의 오카다 아키노부(岡田 彰布) 감독은 경기 뒤 기자회견을 `거부'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지난달 30일 야쿠르트전에 이어 취임 3년만에 2번째 있는 일이라고 하니 기사가 될 법도 한가 봅니다. 그 이유는 감독의 지휘에 문제가 있다는 언론의 비판 때문이라고 하네요. 가까스로 일부 기자들이 버스로 향하는 오카다 감독을 쫓아가자 "(이승엽에게 홈런을 2개 맞은 한신 선발)이가와도 좋았고, 우에하라(요미우리 선발)도 좋지 않았냐"며 무덤덤하게 말했다고 합니다.

오카다 감독의 심기가 매우 불편한 모양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한신은 7월30일 야쿠르트와의 고시엔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를 연장 12회 혈투 끝에 3-3 무승부에 그쳤고, 전날엔 6-7, 1점차로 졌기 때문입니다. 또 앞선 7월25일부터 재개된 후반기 첫 주니치와의 3연전에선 3패를 당했습니다. 주니치와 1, 2위를 다투던 한신이 후반기 들어 난조를 보이면서 순식간에 6경기차로 뒤진 2위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런 와중에 그야말로 아리아스와 니시까지 2군으로 내려보내면서 시즌에 대한 욕심을 비워버린 요미우리에게 또 지고 말았으니 그 속이야 오죽했을까요?

그런데 단지 이날 경기의 패배가 그리 중요했을까요? 아닙니다. 한신에겐 이날부터 `죽음의 원정'(死のロード=죽음의 road, 또는 夏の長期ロード=여름의 장기road)이라 불리는 방문 20경기가 시작되는 날이라는데 그 중요성이 있습니다. 8월6일부터 한신의 홈구장인 고시엔에서는 전국 4200개의 고교야구팀이 지역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른 49개의 대표팀들이 88회 고교야구선수권대회를 보름간 개최합니다. 일본야구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고교야구와의 상생과 협력 차원에서 구장을 내놓아야 하는 한신으로선 이 기간의 성적이 그 시즌의 성적을 좌우합니다. 최근의 부진에다 약체 요미우리 방문 첫 경기에서 에이스 이가와를 내세우고도 무너졌으니, 이게 그 다음 그 다음 경기에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감독으로선 걱정이 되지 않을수가 없을 겁니다.

이런 배경 속에서 한신은 극약 처방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했습니다. 바로 4번타자 가네모토 도모아키에게 팀 타선의 활력을 불어넣자는 것이었지요. 한신은 지난 시즌 이 기간중 가네모토가 0.338의 가공할 타율에 6개의 홈런을 기록하면서 센트럴리그 우승의 밑돌을 놓았었습니다.

그런데 한신의 지금 팀 타선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팀 타율이 0.260으로 요미우리(0.247)보다는 낫지만, 6위 요코하마와 같은 수준입니다. 게다가 4번타자 가네모토는 이날 3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0.291로 타율 14위에 있고, 1루수 겸 5번타자 앤디 시츠(0.309)와 유격수 겸 6번타자 도리타니 다카시(0.301)만이 3할대를 유지하고 있지요.

그래서 급작스레 지난 7월30일 고시엔에선 야쿠르트 경기전에 교토의대 교수 3명과 검사요원 3명 등 6명의 의료진이 가네모토의 몸을 본격적으로 체크했고, 그 결과를 31일 한신쪽에 전달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가네모토의 신체연령에 대한 얘기가 나오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 검사에서는 가네모토의 몸에 비타민과 미네랄의 부족에 따른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는 점도 제기됐지요. 그래서 `초고순도 비타민C' 처방을 통해 경기력 향상을 꾀해보려는 시도를 하게 된 것입니다. 의료진쪽은 "가네모토가 워낙 건강한 몸을 갖고 있기에 일반인에 비해 피로를 못느끼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수 있다"고 지적도 하게 됐지요.

이 강력한 비타민C가 앞으로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지 지켜보는 것도 일본프로야구의 재미를 즐기는 한가지 방법이 될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의료진은 정기적으로 가네모토의 몸 상태를 체크한다고 합니다. 워낙 인기 스타이기에 언론 홍보효과도 있고, 경기력 향상에 기여한다면 더 좋은 일이 되겠지요.

한신의 4번타자 가네모토가 낮 시간에 미디어 포커스를 받았다면, 밤 시간엔 요미우리 4번타자 이승엽에게 집중 조명이 이뤄졌지요. 그것도, 경기기 시작된 6시가 조금밖에 지나지 않은 1회말 2사 이후부터 시작됐습니다. 한일통산 400홈런이 터지면서 말이죠.

요미우리 선발 우에하라 고지는 팀내에서 최고연봉(3억6천만엔, 참고로 이승엽은 1억6천만엔)을 받는 에이스인데, 8회까지 2실점으로 호투하고도 팀 타선이 제때 터지지 않아 5승에 실패했습니다. 그는 이날 6피안타(1홈런) 2실점에 삼진 7개를 잡아내면서 시즌 105탈삼진을 기록했습니다. 입단 이후 8년 연속 100탈삼진을 기록했지만, 그는 "경기는 생각대로 했는데, 오늘은 승짱의 날이네요. 탈삼진은 그다지 흥미가 없네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4승6패에 평균자책도 3.14에서 3.08로 낮췄지만 여전히 승리에 목말라하는 모습입니다.

일본 <교도통신> 등이 이날 밤 보도한 제목만 나열해보겠습니다.

-에이스공략, 독무대 400호 포함 2발, 이

-이 400호 홈런 절찬 긴급뉴스로 보도

-이, 일한통산 400호 홈런 한신전에서

-자이언츠의 이가 사요나라홈런=프로야구 자이언츠-한신전(지지통신)

-이가 사요나라 투런, 자이언츠-한신전

-일한통산 400홈런, 자이언츠의 이 내야수

-자이언츠의 이, 일한통산 400호=왕(정치), A로드와 같은 20대 달성(지지통신)

-이가 통산 400호에 사요나라탄(닛칸스포츠)

-거인의 이, 일한통산 400호달성...사요나라 401호도(요미우리신문)

센트럴리그에서는 요미우리와 한신이 라이벌입니다. 두팀은 이날 경기로 시즌 전적 5승5패로 맞설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흥미로운 것은 두팀의 4번타자가 모두 한국의 핏줄을 지녔다는 것이며, 두번째는 그 두 타자 모두 상대팀 타율이 그다지 좋지 못하다는 겁니다. 그만큼 상대 중심타선에 대한 견제가 심하다고 봐야겠지요.

우선 가네모토는 요미우리를 상대로 39타수 10안타(1홈런), 0.256으로 자신의 평균타율(0.291)에 크게 못미칩니다. 그러면 이날까지 0.331의 타율로 타격 2위의 이승엽은 어떨까요? 41타수 11안타(3홈런), 0.268입니다. 남은 2경기의 활약도에 따라 이 타율은 또 변동되겠지만 말입니다.

야구는 기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맛이 있는 스포츠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봅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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