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명제 ‘1승 마음고생’
속이 탄다. 벌써 32경기째다. 투구 이닝만도 61⅓. 그런데 아직까지 승이 없다. 6홀드·7패. 3일 현재 올 시즌 그가 거둔 성적표다. ‘그저 운이 없을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2년차 징크스 아니냐’란 얘기가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두산 베어스 고졸 2년차 투수 김명제(19·두산 베어스) 얘기다. 후반기 들어 첫 선발로 나선 3일 기아와의 광주 경기는 불운의 결정판이었다. 선발로 나온 김명제는 최고구속 148㎞의 빠른공을 앞세워 5회까지 무실점으로 기아 타선을 틀어막았다.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던 4월15일 삼성전 이후 최고의 피칭이었다. 그러는 사이 두산은 6회초 민병헌 이종욱 안경현의 연속안타로 2점을 달아났다.
애타게 기다리던 시즌 첫승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순간,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6회말 볼넷과 2루타로 1점을 내준 뒤, 갑자기 오른쪽 가운데 손가락 손톱이 깨진 것. 투구수는 77개밖에 안됐지만 김명제는 5⅔이닝을 끝으로 마운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이어 등판한 김덕윤은 스캇을 내야땅볼로 막으며 위기를 넘겼으나, 이어진 7회말 김종국에게 동점 안타를 허용했고, 김명제의 첫승은 물거품이 됐다.
지난해 신인 최고의 계약금(6억원)을 받고 입단해 7승6패, 평균자책 4.63의 ‘준수한’ 성적을 올린 김명제에게 패배만 쌓여가는 올 시즌 성적은 그래서 더 아프다. 어깨 통증으로 선발진에서 빠진 박명환의 자리를 메우는 동시에 다니엘 리오스, 맷 랜들 등 1·2선발이 나오면 중간계투로 항시 대기해야 한다. 두 가지 임무를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처지를 누구에게 내색할 수도 없다. 조용한 성격에, 고민을 잘 드러내지 않는 김명제의 마음고생이 점점 깊어만 간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