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 패배…200승 기록 ‘불발’
대전구장 관중석 한가운데에 걸린 ‘199’를 알리는 대형카드는 1승을 더 필요로 했다. 개인통산 200승 달성을 위해 마운드에 오른 송진우(40·한화)의 표정엔 비장함이 감돌았다. 경기 시작 10분전까지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정도로 송진우 역시 긴장하고 있었다.
한화와 삼성의 경기가 열린 4일 대전구장. 관중석을 가득 메운 안방팬들은 프로야구의 새 역사가 쓰여지는 순간을 기대하고 있었다. 한화 선발 송진우는 1회초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보냈고, 3회까지 퍼펙트로 삼성 타선을 틀어막으며 기대를 희망으로 바꾸는 듯 했다.
하지만 올 시즌 유난히 팀의 ‘맏형’을 도와주지 못한 방망이는 이날도 침묵했다. 한화 타선은 시속 151㎞에 이르는 빠른공을 앞세운 삼성 선발 배영수에게 5⅔이닝 동안 고작 2개의 안타밖에 뽑아내지 못했다. 홀로 분투하던 송진우는 5회초 힘이 빠진 듯 선두 김한수에게 2루타를 맞은 뒤 박진만에게 2점 홈런을 얻어맞고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6회초 양준혁(37)에게 또 다시 2점 홈런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송진우의 기록 달성에 묻혀있던 양준혁은 이 홈런으로 개인통산 14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15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을 때린 장종훈(38·한화 코치)에 이은 프로 통산 2번째 기록. 결국 한화는 한 점도 뽑아내지 못하고 0-6으로 져 전날에 이어 영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올 시즌 송진우는 유난히 ‘1승’에 목이 마르다. 개막 후 7경기 만에 첫 승을 올렸고, 6월22일 엘지를 상대로 통산 198승을 올린 뒤 한달이 더 지난 7월 30일에야 199승째를 올렸다. 그의 말수가 요즘 들어 부쩍 줄어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송진우는 10일 기아전이나 11일 엘지전에 다시 마운드에 오를 예정이다. 언제쯤 그가 1승의 ‘압박’을 벗어버리고 활짝 웃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대전/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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