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차승이 23일(한국시각) 뉴욕 양키스와의 경기에 올 시즌 처음 선발로 나와 역투하고 있다. 시애틀/AFP 연합
잘던졌는데…3점포 한방에 승리 날아가
기뻐할 겨를이 없었다. 2년만에 빅리그 선발 마운드에 오른 백차승(26·시애틀 마리너스)의 앞엔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1위(75승48패)인 뉴욕 양키스 타자들이 버티고 있었다.
백차승이 23일(한국시각) 시애틀 세이프코필드에서 열린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와의 안방경기에 깜짝 선발 등판했다. 그는 5회 동안 삼진 6개를 잡아내며 3안타로 잘 던졌으나 결정적인 3점 홈런 한 방을 맞아 승리를 따내진 못했다.
백차승은 애초 24일 선발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양키스가 빅리그 데뷔전을 치르는 신예 제프리 카스텐스를 23일 선발로 예고하자 시애틀 벤치 역시 백차승의 부담을 덜고 다른 투수들의 등판 간격을 조절하기 위해 그를 선발로 내세웠다.
193㎝·100㎏의 큰 덩치에서 내려꽂히는 위력적인 투구로 양키스 강타선을 잘 막아내던 백차승은 2-0으로 앞서던 3회초 갑자기 찾아온 위기를 넘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2아웃 이후 2루타와 볼넷으로 1·2루 위기를 자초하며 흔들린 백차승은 3번 보비 아브레우에게 초구에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을 맞아 3점을 내줬다. 시애틀이 3회말 1점을 만회한 뒤부턴 5회까지 무실점으로 잘 버텼지만 3-3으로 맞선 6회에 에릭 오플라허티에게 마운드를 넘겨 승리와는 멀어졌다. 시애틀은 9회말에 터진 아드리안 벨트레의 끝내기 홈런으로 양키스를 6-5로 누르고 11연패에서 벗어났다.
1998년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한 백차승은 2004년 8월 빅리그에 데뷔해 이날 경기전까지 7차례 등판에서 2승4패, 평균자책 5.52를 기록하고 있었다. 올 시즌엔 트리플A 타코마 레이니어에서 12승 4패 평균자책 3.00의 성적을 올려 빅리그 진입에 성공했다.
한편 백차승은 현재 ‘병역 미필자’로 알려져 있으나 이미 한국 국적을 상실한 상태다. 병무청 관계자는 “백차승은 2005년 4월 미국 국적을 취득하면서 한국 국적을 포기했기 때문에 외국인과 똑같은 신분”이라고 밝혔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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