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 비로 노게임…홈런 두방 앗아가
하늘을 탓할 만도 하다.
롯데는 올 시즌 유난히 ‘비 피해’를 많이 입었다. 비로 인해 취소된 경기만 24일까지 27경기에 이른다. 특히 24일 대구 삼성전은 3회초 갑자기 내린 비로 중단되면서 1승이 목마른 롯데를 더욱 애달프게 했다.
삼성에 2연패를 당한 롯데는 3회까지 3-0으로 앞서 있었다. 1회초 호세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은 뒤 3회초엔 호세-이대호가 징검다리 홈런을 터뜨리며 신바람을 냈다. 홈런 1, 2위를 다투는 둘의 홈런포가 나란히 터지자 롯데 벤치의 분위기도 살아나는 듯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다음타자 존 갈이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나자 조금씩 쏟아지던 비가 억수같이 퍼붓기 시작했고, 경기는 중단됐다. 그라운드에 떨어지는 비를 바라보는 두팀 벤치의 분위기는 극과 극 그 자체였다. 3연전 중 2승을 먼저 챙긴 삼성 선수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표정이 밝아지는 반면, 롯데 선수들의 표정은 점점 일그러졌다. 삼성 김평호 코치는 방망이로 기타치는 시늉을 하며 상대팀 선수들을 약올렸다. 허탈해 하는 롯데 선수들 틈에서 정수근만이 방망이 가방을 거꾸로 들고 똑같은 포즈로 김 코치의 ‘도발’에 응수할 뿐이었다. 30분 뒤에도 비가 그치지 않자 심판은 노게임을 선언했고, 호세-이대호의 홈런은 증발해버렸다.
올해 정규시즌은 다음달 5일 끝난다. 9월6일부터 하루에 한 경기씩 치르더라도 롯데는 9월 안에 남은 경기를 모두 마치기 어렵다. 결국 ‘가을에 야구하자’는 롯데팬들의 소원을 하늘이 들어준 꼴이다. 그게 플레이오프가 아닌 정규시즌 잔여경기라는 게 다를 뿐.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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