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갈매기’ 휘두를 때마다 최고령 기록
“내 나이가 뭐가 문제냐?”
1965년생, 41살인 롯데의 펠릭스 호세는 올 시즌이 시작하기 전 ‘나이가 너무 많다’는 주위의 걱정을 이 한 마디로 일축했다. 그의 호언장담은 시즌 개막과 함께 현실이 되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는 한국프로야구의 기록을 하나씩 깨뜨리고 있는 중이다.
호세가 방망이를 휘두르고 나면 언제나 그 결과 앞엔 “최고령”이란 접두사가 따라붙는다. 9월 1일 현재 호세의 나이는 41살4개월. 그는 8월31일 두산전에서 3회초 만루홈런(21호)을 터뜨리며 2000년 삼성의 훌리오 프랑코(당시 38살11개월2일)가 세운 ‘최고령 타자 만루홈런’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미 4월8일 삼성과의 개막전에서 최고령 출장(40살11개월6일) 기록을 세웠고, 1주일 뒤 에스케이전에서 최고령 홈런(40살11개월11일)을 터뜨리며 백인천 전 삼성감독이 가지고 있던 기록을 모두 바꿔버렸다.
롯데가 올 시즌 그를 다시 영입한 건 모험이었다. 호세가 1999년(0.327·36홈런)과 2001년(0.335·36홈런)에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검은 갈매기’라는 칭호를 받았지만 5년이란 세월은 쉽게 뛰어넘을 수 없는 장벽처럼 보였다. 시즌 초반 투수들의 빠른공에 연신 헛스윙 삼진을 당하자 ‘방망이 스피드가 떨어졌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는 듯했다.
하지만 호세는 오랜 야구경력과 끝없는 훈련으로 떨어진 방망이 스피드를 이겨냈다. ‘악동’의 이미지가 굳어있지만 사실 호세의 성실함과 야구에 대한 열정은 다른 선수들이 본받을 만큼 뛰어나다. 자신의 타격이 맘에 들지 않으면 경기 중에라도 실내 연습장으로 뛰어가 방망이를 휘두르고 돌아올 정도로 자신에게 냉정한 면도 있다.
그라운드에 등장하는 자체만으로 한국프로야구 역사를 새로 쓰는 펠릭스 호세. 그는 올 시즌엔 1999년과 2001년 이승엽에게 양보했던 홈런왕 타이틀을 가져오겠다는 각오다. 자신보다 17살이나 어린 팀 동료 이대호(19개)와 홈런왕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호세의 올 시즌 마지막 홈런공엔 “최고령 타자 홈런”이라는 기록이 함께 새겨진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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