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경기서 홈런 1개…무릎부상·피로누적 원인
이승엽(30·요미우리 자이언츠)이 ‘위기의 계절’을 맞고 있다.
이승엽은 최근 20경기에서 단 1개의 홈런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시즌 37개로 애덤 릭스(33개·야쿠르트)와 타이론 우즈(32개·주니치)의 맹추격을 받고 있다. 게다가 경기 수도 이들보다 7~10경기나 더 치렀다. 특히 릭스는 이승엽이 홈런 1개를 추가하는 동안 10개를 몰아치는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시즌 내내 선두를 달리던 득점(3위) 장타율(2위) 안타(3위) 부문도 모두 선두를 내줬다. 자칫하면 올 시즌 무관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이승엽이 부진한 원인은 부상과 피로누적에서 찾을 수 있다. 이승엽은 3일 주니치와의 경기를 앞두고 왼쪽무릎 통증으로 선발에서 제외됐다. 6월8일 이후 시즌 두번째 결장이다. 이승엽은 이날 나고야에서 도쿄로 먼저 이동해 4일 구단 지정병원인 게이오대 부속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았다.
무릎 통증은 한국(대구구장)과 일본(도쿄돔)을 오가며 무려 10시즌을 인조잔디에서 뛴 게 원인이 됐다. 더욱이 지난달 24일 요코하마와의 경기부터 통증이 나타났지만 참고 뛰다가 병을 키웠다. 무릎이 받쳐주지 못하다 보니까 하체가 무너졌고, 제 스윙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이승엽은 지난 겨울 제대로 쉬지 못했다. 시즌이 끝난 뒤 숨돌릴 틈도 없이 코나미컵에 참가했고, 세계야구클래식(WBC) 훈련과 대회 참가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이런 강행군은 결국 한여름 혹서기에 체력이 뚝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최근 일본을 다녀온 이광권 〈에스비에스(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이승엽은 지금 너무 지쳐 있다. 몸은 아프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라며 “타격 슬럼프는 아니다. 피로가 좀 풀리면 나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요미우리 구단이 재계약을 서두르는 것도 이승엽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 있다. 올 시즌이 끝난 뒤 자유의 몸이 되는 이승엽은 좋은 성적으로 시즌을 끝낸 뒤 차분하게 진로를 결정지으려 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이승엽을 가만히 놓아두지 않고 있다. 이광권 위원은 “요미우리 구단이 이승엽과의 재계약을 서두르려는 인상을 받았다”며 “이승엽은 일단 운동에만 전념하고 시즌이 끝난 뒤에 생각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상황이 좋지 않아도 시즌 40홈런과 홈런부문 1위만큼은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다. 이승엽은 이제 23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홈런 3개만 추가하면 애초 목표였던 40홈런에 도달한다. 위기의 한여름을 보낸 이승엽의 가을 수확이 어떨지 주목된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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