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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야구 꿈나무 보호작전] 3이닝 던졌지? 이제 그만!

등록 2006-09-11 18:18

KBO총재배 초등대회 투구수 첫 제한
“투수 혹사 잦은 고교대회로 확대해야”
4회초. 선발투수가 마운드에 오르려는 순간, 상대팀에서 ‘어필’이 들어온다. ‘이미 3이닝을 던진 투수가 어떻게 다시 마운드에 오르냐’는 것. 어색한 웃음을 짓는 감독이 본부석을 바라보며 한마디 한다. “눈치채지 못하면 그냥 넘어갈라 그랬지….”

지난 1일부터 8일 동안 제주도 서귀포시 야구장에서 열린 2006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배 전국초등학교야구대회. 예년과 달리 투수들에게 엄격한 규정을 적용했다. 선발투수는 3이닝을 초과해 던질 수 없고, 한 경기 투구수도 60개로 엄격하게 제한했다. 한 경기 40개를 넘어서면 다음 경기에 나갈 수 없고, 투구수에 관계없이 3일 연이어 등판하는 것도 금지사항이다.

■ 선수보호, 기회제공을 동시에

가혹하다 싶을 정도의 규정을 정한 이유는 간단하다. 될성부른 어린 선수들이 혹사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같은 초등학생이라도 5·6학년과 저학년들의 기량·체격 차이는 눈에 띌 정도다. 성장이 빠른 에이스급 선수에게 모든 경기를 맡기고 싶은 게 감독의 솔직한 심정. 더군다나 팀 성적에 자신의 밥줄이 걸려 있는 일선 지도자들이 이를 뿌리치기는 어렵다. 그래서 대한야구협회는 무리를 해서라도 엄격한 규정을 만들었다.

최우수선수(MPV)나 타격상, 투수상 같은 개인부문 상도 없다. 지나친 경쟁을 막고, 학부모들끼리 얼굴을 붉히는 일도 없게 하기 위해서다. 대회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이광환(58) 한국야구위원회 육성위원장은 “감독들의 불만도 많고, 선수층이 얇은 팀에겐 무리한 요구일 수도 있다”며 “선수보호뿐만 아니라 어린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말한다.

■ 이들이 고등학교만 가면…

귀가 솔깃해지는 규정이지만 이를 고교대회에 적용하기엔 여전히 커다란 벽이 가로막고 있다. 고교선수들이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선 전국대회 8강 이상의 성적을 거둬야 한다. 선수보호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쉽게 지켜지지 않는 건 이 때문이다. 야구협회에서도 여러차례 투구수 제한을 검토했지만 현직 감독과 학부모들의 반대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힘들어도 정신력으로 버틴다!” 고교야구대회 결승전이 열리기 전 만나본 감독들의 각오는 똑같다. 준결승에서 100개 넘은 공을 던진 투수도 ‘정신력’ 하나로 또 다시 결승전 마운드에 올라야 한다. 그런 식으로 한 대회를 치르고 나면 에이스급 투수가 500~600개의 공을 던지는 건 예사다. 4월부터 9월까지 전국 규모의 대회만 8개(고등학교)에 이른다. 고교시절 투수로 이름을 날린 선수들이 프로 입단과 동시에 재활을 시작해야 하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 “고교대회로 확산해야”

이번 초등학교대회에서 새롭게 선보인 투구수 제한 도입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은 역으로 이러한 현실을 하루 아침에 고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진훈범 대한야구협회 운영과장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 큰 격차가 있지만, 선수보호는 지상과제”라며 “이번 대회를 계기로 초등학교대회에선 새 규정을 계속 적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광환 위원장 역시 “전국대회를 줄이든지 격년제로 해야 한다”며 “(투구수 제한을) 점차 고교대회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귀포/글·사진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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