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 선수생활 마감…코치 훈련
“이제는 홀가분하고 싶다.” 무엇이 그를 그토록 짓눌렀을까? 엘지 트윈스의 황금기를 이끌던 마지막 영웅 서용빈(35·사진)이 유니폼을 벗는다. 서용빈은 19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팀 동료 김정민(36)과 함께 24일 서울 잠실 두산전을 끝으로 선수생활을 마감한다고 밝혔다.
핼쓱한 모습으로 회견장에 들어선 서용빈은 “변변치 않은 사람의 은퇴발표에 많이들 오셨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더 하고픈 생각은 많지만, 전성기 시절 모습을 다시 보여주지 못하는 게 아쉬웠다”며 “야구가 힘든 게 아니라 (불확실한) 이런 생활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1994년 42명 중 41위로 엘지에 2차 지명된 서용빈은 김재현(SK) 유지현(LG코치)과 ‘신인 3인방’으로 공수를 이끌며 그해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데뷔 첫해 신인 최초 사이클링히트, 20경기 연속안타를 기록하며 1루수 골든글러브까지 차지했다. 1990년대 엘지의 최전성기를 이끌던 서용빈은 98년 군면제 비리에 연루돼 2년을 허비하고, 2003~2004년 공익근무로 공백기를 거치면서 잊혀진 선수가 됐다. 서용빈은 “복귀하니까 은퇴 얘기가 나오더라”며 “야속하기도 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광환(58) 당시 엘지 감독은 “유연성이 좋아 수비도 뛰어난 선수였다”며 “재능을 더 펼치지 못하고 일찍 떠나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서용빈과 김정민은 구단이 마련한 코칭스태프 육성프로그램에 따라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스와 엘지에서 각각 1년씩 총 2년간 연수를 받고 정식코치로 임명될 예정이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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