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양준혁, 오승환, 권오준
오승환 대기록 일등 도우미 권오준·양준혁
대기록은 혼자서 만들 수 없는 법이다. 제아무리 뛰어난 투수도 타선지원이 없다면 승수를 쌓기 힘들다. 마무리 투수라면 더욱 그렇다. 팀 승리를 지켜내는 일 못지 않게 앞선 상황을 이어받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20일 한국 프로야구 최다 세이브 기록(43세이브)을 세운 오승환(24·삼성)은 복이 많은 선수다.
오승환의 2년 선배인 권오준은 올 시즌 62경기에 나와 9승1패2세이브 평균자책 1.78의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그가 올린 28개 홀드 중 22경기가 오승환의 세이브와 직결됐다. 권오준이 나오면 상대타자들은 바빠진다. 오승환 등판의 예고편이기 때문이다. 오승환이 시즌 당한 4패 역시 권오준이 넘겨준 ‘밥상’이었다. 오승환은 권오준의 9승 중 7승을 지켜내 심심치 않은 보답을 했다.
타선에선 양준혁이 오승환의 도우미 노릇에 앞장섰다. 양준혁은 오승환이 세이브를 거둔 22경기에서 자신의 시즌 타점(79타점)의 절반 가까운 36타점을 올렸다. 43세이브 달성의 기록적인 순간도 ‘기록의 사나이’ 양준혁이 차려줬다. 한화와의 연속경기 2차전에서 3-3으로 팽팽하던 8회말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깜짝 홈런으로 세이브 조건을 만들어준 주인공도 양준혁이었다.
개인통산 200승을 달성한 송진우(한화) 뒤에는 구대성이라는 소방수와 홈런타자 장종훈이 있었다. 대기록의 주인공들, 그들이 받은 진정한 축복은 자신들의 능력이 아니라 뛰어난 동료들인지도 모른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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