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도 길었다. '2년생 곰' 김명제(19.두산)가 승리투수가 되는데는 꼬박 1년과 쓰라린 패배 11경기가 필요했다.
23일 프로야구 서울 라이벌 LG와 두산의 경기가 벌어진 잠실구장.
두산의 14-4 대승으로 경기가 끝난 뒤 김경문 감독은 승리투수 김명제의 어깨를 한번 두드리고 더그아웃을 나갔다. 승리 없이 11패만 떠안아 마음고생이 심했을 어린 투수를 격려하는 말 없는 칭찬이었다.
혹독한 '2년차 징크스'를 앓고 있는 오른손 투수 김명제는 작년 9월24일 대구 삼성전 이후 1년만에 승리의 감격을 맛봤다. 김명제는 프로 첫해인 작년에는 7승을 거뒀지만 올해는 전날까지 선발과 중간으로 38경기에서 승리 없이 11패만 기록하고 있었다. 평균자책점은 5.18.
이날 1회초 두산은 전날 KIA에 패배한 한풀이라도 하듯이 10안타를 퍼부으며 1회에만 9점을 뽑았다. 김명제는 경기 후 "초반에 점수가 많이 나서 주자만 안 모으면 될 거라 생각했다. 삼진을 잡기보다는 볼넷을 안 주고 맞춰 잡을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초반에 열심히 던졌는데 결과가 별로 안 좋아서 자신감이 떨어졌다"면서 "막판까지 긴장을 많이 했다. 이제라도 1승을 해서 기쁘지만 한편으론 더 빨리 못 해서 아쉽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김명제는 '2년차 징크스'에 대해 "올해 이상하게 꼬였다. 처음엔 이러다 말겠지 싶었는데 계속 안 좋아서 스트레스를 받았다"면서 "끝까지 믿고 기용해준 감독님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김명제는 이날 8이닝 동안 삼진 5개를 곁들이며 10피안타 4실점(1자책)으로 첫 승리를 거뒀다. 타선의 도움이 컸지만 볼넷도 하나 없는 등 투구 내용이 좋아 충분히 승리투수가 될만 했다.
김명제는 4월에 선발로 2경기 등판한 뒤 중간계투로 나오다 8월 들어 선발진의 한 자리를 꿰찼다. 작년 당시 최고액인 계약금 6억을 받고 두산에 입단한 '기대주' 김명제.
이제 징크스를 떨쳐버리고 당당히 일어설 지 기대되는 투수다.
김윤구 기자 kimyg@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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