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연타석 홈런…몸상태·남은 경기수등 모두 불리
모든 게 불리했다. 시즌 전 세계야구클래식(WBC) 출전과 그로 인한 무릎부상, 시즌 내내 4~6위를 오르내리던 팀 성적, 3번과 5번 앞뒤 타자들이 받쳐주지 못한 것까지. 결국 이승엽(30·요미우리 자이언츠)이 ‘흑곰’ 타이론 우즈(37·주니치 드래건스)에게 따라 잡혔다.
이승엽은 28일 도쿄 진구구장에서 열린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와의 경기에서 4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기다리던 홈런을 터뜨리지 못했다. 지난 18일 히로시마 도요 카프전에서 시즌 40호홈런을 친 뒤 10일째 침묵상태. 이승엽은 이날 상대 좌완 선발 이시이 가즈히사에게 철저하게 막혀 내야밖으로 공을 쳐내지 못하며 13경기 연속 출루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시즌 타율도 0.320으로 떨어졌다.
그 사이 홈런경쟁을 펼치는 우즈는 이날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와의 경기 1회와 3회 연타석 2점 홈런을 터뜨리며 이승엽을 한개 차로 따돌리고 홈런선두(41개)로 나섰다. 최근 9경기에서 7개를 몰아친 놀라운 기세를 보인 우즈는 이날에만 6타점을 보태 타점 부문 선두(125타점) 자리도 굳게 지켰다.
시즌 종료까지 9경기를 남겨둔 요미우리에 비해, 주니치는 아직 14경기를 더 치러야 한다. 센트럴리그 선두인 주니치에는 우즈 외에도 타율-득점 1위인 후쿠도메 고스케가 3번에 버티고 있어 우즈에게 향하는 견제를 분산시켜준다. 이승엽이 가장 부러워하는 점이다.
리그 4위인 요미우리는 이날 0-6 패배에서 보듯 포스트시즌 진출이 물건너 간 뒤 선수들의 집중력이 흐뜨러지며 무기력증을 보이고 있다. 3번 다카하시와 5번 고쿠보도 부상에서 돌아온 뒤 예전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승엽만 조심하자’는 생각에 상대투수들도 이승엽을 상대로 혼신의 힘을 다하거나, ‘아님 말고’ 식의 유인구 승부를 고집한다.
1998년 한국땅을 처음 밟은 우즈는 그해 홈런경쟁에서 줄곧 앞서 가던 이승엽(38개)을 시즌 마지막 몰아치기로 따돌리고 외국인 첫 홈런왕(42개)에 올랐다.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높아졌다.
1999년과 2001~2002년 우즈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홈런왕에 오른 이승엽이 우즈와 제대로 맞붙은 2006년 일본프로야구. 우즈가 4년 만에 설욕을 할까, 이승엽이 끝까지 아시아 홈런왕의 자존심을 지켜낼까?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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