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기아 11일 준PO 3차전
“‘한기주’가 입에 붙어서….”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끝난 뒤 서정환 기아 감독은 11일 열리는 3차전(오후 6시·MBC-ESPN, KBS SKY, SBS스포츠·대전) 선발투수를 묻는 질문에 무심결에 “한기주”라고 답했다가, 웃으며 ‘이상화’로 고쳐 말했다. 실제 서 감독의 머릿속엔 온통 한기주에 대한 생각뿐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한화의 김인식 감독도 마찬가지다. 한기주가 기아 불펜의 핵심전력이자 언제든 등판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한화 역시 그를 넘어서야 플레이오프 진출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1차전에서 2-3으로 진 뒤 “2차전엔 투수 운용에 변화를 주겠다”던 서정환 감독의 말은 전날 마무리 등판한 한기주를 중간계투로 투입함을 의미했다. 2차전, 한기주는 3회부터 대기상태였지만 선발투수인 그레이싱어가 예상밖으로 잘 버텨준 덕분에 6회가 되어서야 마운드에 올랐다. 비록 1차전에서 보크를 유도한 김태균(한화)에게 또다시 동점타를 맞으며 흔들렸지만, 2⅓이닝 동안 1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한 가운데 4개 삼진을 뽑아내며 승리투수가 됐다.
‘10억 팔’ 한기주는 올 시즌 한화를 상대로 8경기에 나와 2승3패, 평균자책 5.81로 부진했다. 프로 데뷔 첫 보크를 저지르며 패배를 자초한 데서 보듯 위기에 맞닥뜨리면 스스로 무너져 내리기도 하는 불안한 새내기다. 1차전이 끝난 뒤 당장에라도 울 듯한 얼굴로 “아쉬울 뿐, 할 말 없다”며 사라진 그였지만 아픈 경험은 쓰디쓴 약이 됐고, ‘괴물 신인’ 류현진과 맞대결한 2차전에서 승리하며 잊었던 자신감과 여유를 되찾았다.
3차전 선발로 송진우(한화)와 이상화(기아)가 예정됐지만 “큰 의미는 없다”는 김인식 감독의 말처럼 승부는 두 팀 구원투수 싸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서 감독 역시 “3차전도 2차전과 (마운드 운용이) 비슷하게 갈 것”이라고 말해 한기주의 3차전 등판은 확정적이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 패배, 하루 건너 2차전 승리를 거두며 ‘속성’으로 큰 경기 경험을 터득한 한기주의 어깨에 승부의 열쇠가 올려진 셈이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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