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위축되고, 그러거든요.”
‘젊은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갔나? 그들에게 처음 밟아보는 포스트시즌 마운드는 ‘살얼음판’이었다. 승부를 결정짓는 홈런 한방이 터질 때마다 마운드에 선 젊은 투수들은 고개를 숙였다.
기아 선발 이상화와 구원으로 나온 윤석민은 각각 프로 3년, 2년차 선수로 포스트시즌 경험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이상화는 0-1로 뒤진 3회 이범호에게 3점 홈런을 맞으며 초반 기가 꺾였다. 윤석민도 2-4로 따라붙은 5회 이범호에게 솔로 홈런을 내주고 말았다.
앞선 9일 2차전에서도 ‘괴물’ 새내기 류현진이 결정적인 순간 기아 이현곤에게 만루 홈런을 얻어맞고 생애 첫 포스트시즌 등판에서 쓰라린 패배를 맛봤다.
이들의 공통점은 너무 긴장한 나머지 오직 ‘힘’으로만 타자를 상대했기 때문이다. 한국시리즈 최우수 선수상을 두번(1990년, 94년)이나 수상한 김용수 전 엘지 트윈스 투수는 “신인급 선수들은 긴장을 하게 되면 힘으로 밀어붙이려 한다. (이범호의 홈런도) 공 스피드를 올리려다 가운데로 몰려서 맞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 김인식 감독 역시 경기 전 2차전을 회상하면서 “(류현진이) 중요한 고비에 변화구를 던지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개인 통산 200승 고지를 달성한 한화 송진우도 신인이던 1989년 해태와의 한국시리즈에서 세 경기에 나와 1패 평균자책 9.00으로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2002년 입단 당시 고졸신인 최고계약금(7억원)을 받고 맹활약(177삼진)했던 김진우(기아)도 엘지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 마무리로 나와 연장 11회 끝내기 3점 홈런을 맞아 눈물을 떨궜다.
이들의 혹독한 경험이 훗날 좋은 투수가 되는 약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그‘때’가 당장 다음 경기가 될지, 기약없는 먼 훗날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대전/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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