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시리즈 ‘재판’ 어디까지 갈까 관심
“오늘 경기하면 질 것 같았어 …. 나 좋아하는 거 크게 써줘!”
김인식 한화 감독은 한국시리즈 2차전이 비로 취소된 지난 22일 기자들에게 이런 말을 던졌다. 한화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지치긴 했지만 하루 연기됐다고 한화가 마냥 유리하다고 할 순 없었다. 김 감독의 이 말은 “2001년의 재판 아니냐?”는 기자들의 집요한 질문에 ‘동조하는’ 대답과 비슷했다.
하지만 한화가 적지에서 귀중한 1승을 챙기자 김 감독과 ‘비’의 인연을 더는 무시할 순 없게 됐다. 2001년, 김인식 감독이 이끈 두산은 올해 한화처럼 플레이오프에서 현대를 3승1패로 눌렀다. 그러고 오른 한국시리즈 대구 1차전에서 삼성에 4-7로 졌다. 당시 삼성의 승리투수는 배영수. 지난 21일 1차전에서 승리한 삼성의 ‘그 배영수다’. 그 때도 1차전만 봐선 ‘두산이 힘들겠다’는 평가가 주조였다. 하지만 다음날 ‘기적처럼’ 비가 내렸고, 2차전이 하루 연기됐다. 상승세가 꺾인 삼성은 예상밖으로 두산에 5-9로 패했다. 두산은 결국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시즌 1위 삼성을 제치고 드라마처럼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계획대로 되고 있는거죠?”라는 우스갯소리에 김 감독은 “그땐 두산이고 지금은 한화잖아”라고, 애써 5년 전과의 연관을 부정했다. 하지만 그의 ‘계획’ 여부와 상관없이 2차전까지는 2001년의 완벽한 재판으로 한국시리즈가 진행되고 있다. “역사는 돌고 돈다”고 했던가. 김 감독의 ‘재방송 드라마’가 어디까지 계속될지 궁금해진다. 대전/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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