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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승 남긴 삼성-벼랑끝 한화
한국시리즈 잠실서 5차전
한국시리즈 잠실서 5차전
어느덧 ‘끝’을 말하기 시작했다. 시리즈 전적 3승1패. 대전에서 열린 3, 4차전 연장 접전을 모두 이긴 삼성의 선동열 감독은 20년 전 자신의 스승이던 김인식 한화 감독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끝을 보려는’ 삼성과 ‘끝까지 가려는’ 한화의 2006 한국시리즈 5차전은 장소를 바꿔 28일(오후 2시·MBC-TV)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다.
배영수가 있음에…
“배영수만 빼고….” 3차전에서 패한 김인식 감독이 “저쪽(삼성) 투수 중 한명만 빌려왔음 좋겠다”고 말하자, 선동열 감독이 남긴 말이다. 1차전 승리를 거둔 배영수는 3차전 마무리, 4차전엔 중간계투로 마운드에 올라 2승1세이브를 거두며 한화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8⅔이닝 동안 5안타 무실점. 한화는 권오준-오승환의 벽은 무너뜨렸지만 아직까지 배영수의 빠른공에 힘을 못쓰고 있다.
선동열 감독은 5차전 선발로 제이미 브라운을 예고하면서 “배영수는 중간계투로 쓴다”고 강조했다. 3회 이후 앞선 상황에선 언제든지 배영수를 올리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쪽수가 부족하다”
김인식 감독의 고민은 불펜에 있다. 중간계투 문동환은 4차전에서 4⅓이닝 동안 80개를 던져 5차전 등판이 사실상 어렵게 됐다. 마무리 구대성도 3차전에서 63개의 공을 던져 5차전에 등판하더라도 구위를 장담할 수 없다. 아직 한국시리즈에 나오지 않은 송진우가 5차전 선발 정민철의 뒤를 받쳐줄지 관심거리.
중심타선의 부진도 5차전 전망을 어둡게 한다. 한화 타자들은 4차전까지 뽑은 11점 중 6점을 홈런으로, 나머지 5점을 2루타로 타점을 올렸다. 그러나 수많은 득점기회에서 딱 한번의 결정적인 안타가 나오지 않아 결국 3, 4차전을 내줬다. 3번 제이 데이비스(14타수 2안타, 0.143), 4번 김태균(17타수 2안타, 0.118)이 살아나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잠실구장, 누구에게 유리?
대구·대전구장보다 규모가 큰 잠실구장이 투수력이 좋은 삼성에게 유리한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한화는 잠실에서 올 시즌 11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힘을 과시했고, 데이비스·이범호·이도형·루 클리어가 2개씩의 홈런맛을 봤다. 잠실구장이 천연잔디라는 사실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두 팀 모두 인조잔디구장을 안방으로 쓰고 있지만, 4차전을 치르는 동안 실책 수 5(한화)-0(삼성)에서 보듯 내외야 수비가 뛰어난 삼성 야수들에게 좀 더 안정감이 느껴지는 건 부인할 수 없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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